9월인데도 덥다.
더위를 그렇게 많이 타지 않는 나인데도 이번 여름은 조금 버겁다.
땀이 잘 나는 체질이 아닌데 조금만 걷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주르륵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의 더위라서.
조금 시원해질까?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감을 비웃듯 어느새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나를 반긴다.
원래 쨍쨍한 날씨 좋아한다. 우중충한 날씨를 마주하면 나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정도껏 해야지.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눈부셔서 이내 눈을 아래로 향햐게 된다.
내가 이 정도로 더위를 느낄 정도면 더위를 잘 타고 땀이 많은 첫째 아들은 더 힘들다는 얘기다.
(다행히 둘째 아들은 날 닮아서 땀이 덜 난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얼굴이 벌게져있다.
물을 계속 먹게 하는데도 갈증도 수시로 느껴지나 보다.
너무 더운 한낮에는 나가지 않지만 오후 4시 넘어서는 두 아들이 나가길 원해서 놀이터에서 논다.
친구들과 놀 때는 더위를 잠시 잊어버리는 것 같다.
분명 저기 햇볕이 쨍쨍한데 곤충을 잡겠다고 저렇게 다니는 것을 보니.
얼굴을 보면 땀이 범벅인데 말이다.
더위에 너무 지쳤는지 어느 날, 첫째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 엄마는 더운 게 나아요? 추운 게 나아요?"
잠시 생각해 본다. 어릴 때부터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는 더운 것이 그나마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엄마는 그래도 더운 게 좀 나은 것 같아요. 여름엔 옷도 가볍고 더우면 씻으면 되는데, 겨울엔 추우면 아무것도 못 하겠거든요."
"그래요? 난 추운 게 나아요. 더워도 너무 더워서 힘들어요. 얼른 겨울이 왔으면 좋겠어요."
"겨울은 또 너무 춥지 않아요?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서 잘 놀지도 못하잖아요."
(그리고 길고 긴 겨울 방학이 있으니 나는 벌써 두렵다는 얘기는 속으로만 한다.)
"아니요. 그래도 추운 게 나아요. 그리고 겨울 방학도 있잖아요. ㅎㅎ"
아... 그래 같은 겨울 방학을 두고 온도 차가 이렇게 심하게 날 수 있구나.
더위 vs 추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여름에만 할 수 있는 것과 겨울에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
겨울엔 찬 기운이 내 몸 구석구석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오래 나가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잘못하다가는 일사병에 걸릴 것 같아서 오래 나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I성향이지만 집순이는 아니라서 어디든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야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밸런스 게임이 유행하면서 둘 중 하나의 대답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럴 때마다 고민한다. 고민하면서 생각한다.
지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 이렇게 머리 싸매며 고민하고 있어야 하지?
예전에는 꾸역꾸역 하나를 정했다면 요즘엔 조금 머뭇거리는 경우가 꽤 있다.
딱 하나만 정하지 못하겠기에.
그 대답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나라는 사람도 변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은 변하지 않았다.
조금 덜 추워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더위 vs 추위 상관없이 둘 다 즐기면 그만인데, 그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올해 여름은 유독 더웠고, 가을이 성큼 다가와야 하는데도 더워서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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