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닐 때 월요일이 싫었다.
월요병에 걸린 사람 마냥 일요일 저녁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막상 출근하면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맡은 바 일은 열심히 했지만,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지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자세히 살펴보면 매일매일은 분명히 다른 날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그것을 제대로 몰랐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에 싫증이 난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월요일은 나에게 조금은 껄끄러운 날로 인식되어 왔다.
지금은 반대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육아의 세계로 들어오면서 긴 휴직과 사직을 한 지금 나에게 월요일은 휴식의 시간이니까.
길지 않은 5시간, 그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괜스레 일요일 저녁부터 기대감을 조금 가지게 된다.
주말에 바쁜 남편을 대신해 두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을 해야 해서 일요일 저녁쯤 되면 몸은 지쳐 있지만, 마음은 반대가 되는 것이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눈을 떴다.
두 아들 과일과 밥을 챙겨주고 등교, 등원 준비를 도와준다.
모든 것이 내 예상대로 척척 되면 좋으련만 가끔씩 브레이크가 걸릴 때가 있다.
몇 주 전 월요일이었다.
유치원에 가야 할 7살 둘째 아들이 아파서 못 가겠다고 선언한다.
비염 증세로 밤에 몇 번 깨긴 했지만 (나를 깨워서 나도 피곤하긴 했다) 얼굴을 보니 괜찮아 보인다.
배가 아프다고 하지만 화장실 갈 배도 아니라고 하고 내가 보기엔 심하게 아파 보이지도 않는다.
아침에 분명 배고프다고 과일도 먹었고 말이다.
기운은 조금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치원에 못 갈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아이, 눈물까지 글썽여가며 오늘은 못 가겠다고 한다.
아... 열이 나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일어나지 못할 정도도 아니어서 보내고 싶은 나와 어떻게든 가지 않으려는 둘째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다.
"네가 집에 있어도 엄마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못 놀아줘요."라고 초강수를 둔다.
보통 이쯤 되면 가겠다고 하는데 이번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데 병원에 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아프긴 진짜 아픈가? 마음이 약해진다.
어쩔 수 없이 선생님께 하이톡을 보내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간다.
비염, 감기 증상에 배에 가스가 조금 차 있다고 하시면서 약을 지어주신다.
그래, 뭐 아이가 아프지 않은데 그러지는 않았겠지 싶다.
약국에서 약을 먹고 집에 오는데, 얼굴에 화색이 조금 도는 듯하면서 배고프단다.
엥? 분명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배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겠다고 했는데...
그래, 1시간이 흘렀으니까 배가 고플 수도 있겠지 싶다.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고 주는데, 양이 꽤 된다.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었을까,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한다.
그리고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잠 오면 자라고 하는데 자지 않는다.
혼자 책 읽고 팽이 접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나에게 책 읽어달라고도 하면서 잘 논다.
정말 아픈 것이 맞았나 싶을 만큼.
이럴 거면 유치원 하원하고 병원에 가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괜히 월요일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몽땅 날아가 버렸으니까.
아니, 생각을 달리하면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런데 왜 도둑맞았다는 기분이 계속 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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