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야~"
우리 집 세 남자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부른다.
미미가 보이면 웃음을 머금은 채 미미에게 달려간다.
미미가 가끔 아파서 보이지 않으면 우리 미미는 괜찮을지 걱정한다.
아직은 헤어질 때가 아니라며 슬픈 얼굴을 하고선 말이다.
미미가 우리 식구와 함께 한 것은 내가 뱃속에 첫째 아들을 임신하고 2개월쯤 지나서였다.
첫째 아들이 지금 9살이니 꽤 긴 세월을 우리 식구와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미미가 우리 곁을 떠나 있었던 적은 거의 없다.
미미도 나이가 들다 보니 하루, 이틀 정도 점검이 필요했던 적을 제외하고.
그런 미미가 사고를 당해 일주일 가량 우리 곁을 떠났던 적이 있다.
당시 미미 대신 다른 아이가 그 일주일을 머물렀다.
솔직히 그 아이의 모든 것에 마음이 뺏겼었다.
생김새며, 능력이며, 포근함이며 모든 것이 미미보다 좋아서.
그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미미를 잊은 듯 행동했다.
미미가 괜찮아져서 그 아이와 이별해야 했을 때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일주일 만에 본 미미는 다행히 괜찮아져 있었다.
미미와 함께 하면서 남편은 미미를 다시 봐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데 나와 두 아들은 초반엔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 지나고 나니 그 아이를 잊어버리게 됐다.
미미와 함께하니 이제야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으니까.
미미는 우리 집 자동차 이름이다.
남편이 어느 날, 자동차에게 이름을 지어줬다며 '미미'란 이름 어떻냐는 거다.
뭐 굳이 자동차에게 이름을 지어주냐 싶었지만 괜찮다고 했다.
처음엔 좀 오글거렸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나도 '미미'라고 칭하고 있다.
미미는 첫째 임신해서 산부인과에 남편과 같이 갔을 때부터 쭉 함께한 어찌 보면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와 두 아들도 미미에게 애정이 있지만, 남편은 출퇴근도 함께 하기에 더 애정이 깊은 것 같다.
이젠 너무 정이 들어서 혹시 차를 바꿔도 미미가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니.
그렇게 이뻐하는 것치곤 미미의 내외관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바닥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그래도 미미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한가득인 것 같다.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을 때, 나는 미미도 힘들어서 그런 것 같으니 이제 이별할 마음도 조금씩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는데... 남편은 아직 아니란다.
예전엔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함께 한 세월이 길고, 별 탈 없이 우리 가족의 모든 일에 함께 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새로운 자동차를 사면 좋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큰 지출이니까.
미미가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가족 모두 "미미야~"를 외치며 미미의 품 안에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