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안방은 엄마, 아빠의 공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몇 년째 우리 집은 안방이 나와 두 아들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9살, 7살인 두 아들이 나와 함께 같이 자기 때문이다.
이젠 혼자 잘 때가 된 것 같은데 무섭다며 혼자 자기를 거부한다.
하루 혼자 자기를 시도했던 첫째 아들,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안방으로 왔다.
내년이면 정말 혼자 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능할지 조금 의문스럽다.
남편은 다른 방에서 혼자 잔다.
원래는 온 가족이 안방에서 함께 잤다.
그런데 둘째가 신생아일 때, 밤에 깨는 경우가 잦았다.
둘 다 깨서 잠을 설치고 아침이면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수고하기로 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잤다가 아침에 피곤하면 자고, 남편이 아이들을 보는 것으로.
남편이 보통 오후 출근이었기에 그때 되면 나도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니 서로를 위해 그렇게 결정했다.
그렇게 하니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는 당시 우리는 알지 못했다.
아주 어릴 때는 집에 낙서를 하지 않던 두 아들이다.
그런데 이젠 벽, 문, 수납장 등에 낙서를 하고 있다.
몇 번은 봐줬는데 이젠 벽지도 점점 엉망이 되고 있어서 (벽지를 뜯기까지 한다) 지금부터 하면 너네 돈으로 새로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제야 조금 잠잠해졌다.
둘째 아들이 한참 낙서를 하고 있던 날, 집 방문마다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솔직히 뭐하는지 몰랐다. 나중에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안방에 들어가려는데 '엄마 아빠 금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위에 조그만 글자로 주인은 두 아들 이름이 적혀 있고.
어이가 없어서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
말 그대로란다. 그냥 재밌어서 적었단다. 그러면서 스티커도 붙여 놓았다.
낙서를 하라고 도화지를 사 줬는데 왜 집 방문을 도화지로 사용하는지.
이 문구를 바라보다가 이 아이들은 안방이 자기들 방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안방에서 잤으니까. 이젠 샤워도 거실 욕실이 아닌 안방 욕실에서 하고 있으니 더 그런지도.
그래서 더 알려줘야지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사용하는 안방에 너네가 잠깐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내년 되면 너네 방을 따로 만들어줄 테니 제발 그곳에서 자라고 말이다.
남편이 현재 자고 있는 방문 앞에는 다행히(?) 포스트잇에 글자를 써서 붙여놓았다.
'아빠방 사랑해요'라는 둘째의 앙증맞은 글자가 있다.
아이들이 저 방을 아빠방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거다.
나도 어느새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말이다.
의도치 않게 각방을 쓰게 됐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부부 사이가 좋냐고 물어보던데... 설마 그래서?)
가끔 남편이랑 안방에서 나란히 누워 있으면, 우리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눕는 둘째 아들.
그러면서 엄마 옆자리는 자기 자리라며 아빠를 저리 가라고 밀어낸다.
남편, 서러운 표정이다.
엄마 옆자리는 본인 자리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들은 체도 안 한다.
남편이 쉬는 날, 아이들이 아빠도 안방에서 함께 자자고 이야기한다. (조금 더 늦게 자기 위한 꼼수다.)
그런 경우도 남편과 나는 멀리 떨어져 있다.
두 아들이 우리 사이에 끼어서 자기 때문에.
그리고 남편은 혼자 자던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새벽에 일어나 안방에서 원래 자던 방으로 가버린다.
그러면 좀 부럽다.
나도 혼자 자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두 아들에게 오늘은 아빠랑 함께 자고 엄마가 따로 자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면 그러라고 대답한다.
앗싸 속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혼자 누워 있으면, 두 아들 중 한 아이는 꼭 자기 직전에 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
같이 자겠다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안방으로 가서 같이 자게 된다.
내년부턴 나도 안방 문 앞에 두 아들 이름을 적어놓고 출입금지라고 적어놔야 하나?
뭐, 그래도 소용없겠지.
어디든 마음대로 가는 아이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