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려는 욕구와 그 사이의 갈등
어린 시절, 내 옷장은 시장에서 구입한 옷들로 채워져 있었다. 옷이 많지 않아 두세 벌로 일주일을 돌려 입었지만, 그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입고 다니면 되는 것이었고, 친구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춘기가 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나이키 신발, 리바이스 청바지, 폴로 카라티 같은 유행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하나둘 그런 옷을 입고 나타날 때마다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날, 이를테면 소풍이라도 가는 날에는 더욱 그랬다. 부모님의 형편을 알면서도 억지를 부렸다. “다음에 사줄게”라는 엄마의 말도 그때의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지금 당장 필요했으니까. 결국 며칠을 조른 끝에 원하는 옷을 손에 넣었고, 그 덕에 소풍날이 더욱 기다려졌다.
새 옷은 금세 헌 옷이 되고, 또 다른 옷을 갈구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의 형편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부모님께 조르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돈으로 향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빨리 취업할 수 있도록 실업계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선택했다. 졸업 후운좋게 내가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고,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며 결혼 자금을 마련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
열심히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돈을 다루는 능력은 형편없었다. 몇 년간 주식 투자로 손해를 봤고, 신혼집은 부동산 시장이 최고점일 때 매수했다. 집값은 이후 30% 이상 떨어졌다.
처음에는 손실 금액이 떠오를 때마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괴로웠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또, 나를 믿고 결혼한 아내에게도 미안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몇천만 원이 오가는 주식시장에서도, 몇억 원이 걸린 부동산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긍정적인 부분만 보고, 황금빛 미래를 기대하며 움직였다.
진지하게 공부한 적도, 충분히 고민한 적도 없다. 그런 과정이 귀찮고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무엇하나 확실히 하지 않고 대충대충 넘겨 버리는 내 성격을 생각하면 큰 손해를 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적이 없다. 시작은 항상 열정적이다.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함과 귀찮음, 그 안에서 솟아나는 근심과 걱정들이 나를 덮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쉽게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 자신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그래서 나는 변화를 원했다. 내 속의 그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읽고, 성찰 일기를 쓰고, 영어 공부도, 운동도 시작했다. 그 모든 것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게, 항상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시작하곤 했다. 왜냐하면, 변화하지 않으면 내 안의 그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하고자 하는 마음에 간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왜 그런 것일까. 나는 본래 게으르다. 고통보다 쾌락을 추구하고, 복잡한 일보다는 간단한 것을 원한다. 내 몸은 이미 그런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고, 나는 그 사이에서 빈 손으로 헤매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내가 써온 다이어리를 보면 이런 내 모습이 싫어서 끊임없이 변화를 갈구해 왔다. 나름의 다짐을 하며, 끈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백 번 다짐했지만 결국 나의 손은 책을 집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집었고, 책상 앞이 아닌 침대로 몸을 향했다. 나는 매번 그 모든 다짐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변화하고자 하는 욕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내 안에서 계속 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또 변화의 벽 앞에 서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약한 멘탈,이기적인 사고방식,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 그 모든 것이 여전히 나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너무도 간절하게.
사람은 정말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된다고, 세월이 흘러간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혜가 쌓지 않는다. 겉모습은 바뀌어도, 속은 여전히 그대로인 채로 남아 있다.
그 사실이 어쩌면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 난 또다시 변화의 벽에 마주해 있다. 수백 번 실패했지만 또 두드려야 한다. 이 다짐이 마지막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