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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웅 Apr 18. 2022

트롤리 딜레마: 당신이라면 누굴 죽이시겠습니까?

어이가 없는 상황의 연속, 당신은 이성과 감성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트롤리 딜레마 (Trolley Dilemma)

사진 출처: 상업용 이미지 무료 이용 사이트 unflash.com

트롤리 딜레마는 사고 실험의 한 종류로, 도덕적 허용과 그 판단기준을 실험자들에게 묻는 실험이다. 여러분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이 기차 운전수인데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갈림길에 도달했을 때 A 길에는 한 명이 누워있고, 다른 B길에는 5명이 누워있다. 당신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인가"


"'양적'으로 당연히 5명이 더 많은데 5명을 살려야죠"

"그럼 한 명의 목숨은 무시당해도 싸다는 건가요? 생명의 경중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판단하시나요?"


실제로 교수님께 철학을 배울 때 이 아젠다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많은 학생들이 본인들의 소신 있는 주장을 했고 교수님은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하셨다. 훗날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다루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철학에 대해 쉽게 풀어쓰는 글을 쓸 때 꼭 얘기해야지"라고 다짐했다.


정답은 없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여러분들은 뭐라고 답했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꼭 대답해보자.


달리는 열차 딜레마 응용


흔히들 알고 있는 트롤리 딜레마 문제에서 여러 조건을 추가해보자.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신은 이전과 같은 판단을 하겠는가?


당신은 아까와 같은 상황을 운전수가 아니라 육교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달려오는 열차를 100kg 정도 되는 무거운 물체로 진행을 막는다면 열차가 멈출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마침 당신의 옆에는 120kg 정도로 보이는 거구의 남성이 서있다. 당신은 이 남자를 육교에서 밀어 6명을 살릴 것인가?

앞 질문에서 5명을 살리기 위해서 한 명을 죽이겠다 결심한 사람들은 이쯤에서 한 번 흔들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고의성'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운전수의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할 때 양적으로 5명을 살리는 것이 더욱 옳다고 판단했을지언정, 안 죽어도 되는 사람을 6명을 살리기 위해 '희생'시킨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최종 결정은 무엇인가? 남자를 육교에서 밀 것인가? 만약 당신이 타의적으로 육교 위 남자를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다음 질문에도 대답해보자.


"육교 위 거구의 남자가 평소 당신을 괴롭히고 가스 라이팅을 일삼던 미혼의 직장 상사였어도 일말의 고민 없이 그 사람을 밀지 않을 것인가?"


처음 질문과 같은 상황에서, A 선로에 있던 한 명은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했던 유공자이며 자식이 세 명 있다. 이 사람이 죽었을 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B 선로에 있던 다섯 명은 범죄자 집단으로 아동 성폭행, 강간, 특수폭행을 일삼던 자들이다. 여전히 당신은 A선로의 한 명을 죽여 B선로의 다섯 명을 살리겠는가?


트롤리 딜레마 실험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도덕적인 결정을 함에 있어서 우리 인간은 "무엇이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성적인 판단과 정서적 판단이 서로 싸우게 되고, 그중에서 조금이나마 우세하게 이긴 쪽의 판단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엔 학부생 시절 교수님께서 알려주셨던 '물에 빠진 사람 구하기 딜레마'로 가보겠다.

물에 A, B, C 세 명의 사람이 빠진 것을 목격하였다. A와 B는 살릴 수 있는 확률이 99%이며 C는 살릴 확률이 10%이다. 한 명만 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살릴 텐가?

여러분들은 아무도 구하지 못할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확률이 가장 높은 A, B를 구하러 가겠다고 답변했는가?

만약 위와 같은 상황에서 A와 B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C는 당신의 애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전히 A혹은 B를 구하러 갈 것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공리주의와 덕 윤리 맛보기

1) 공리주의 (벤담, 존 스튜어트 밀)

'공리주의'는 'Utilty' 즉 공리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가치의 경중을 정하는 사상이다. 결국 가치 판단의 베이스를 효용성과 행복의 증가에 두기 때문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사상으로 일컫기도 한다. '양적' 공리주의를 창시한 벤담의 입장에서 물에 빠진 사람 구하기 딜레마를 바라본다면 어떤 판단을 했을까?

당연히 A, B를 살린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명의 행복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효용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2) 덕 윤리(Virtue ethics)

현대 규범 윤리학의 대표 이론 중 하나인 덕 윤리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운전수나 육교에 서 있는 나, 그리고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의 인성과 덕을 중요시한다. 덕은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른 이유와 감정으로부터 결정되는 것이기에 단순히 '문제 해결, 결과 따위'에만 판단 기준을 두지 않는다. 덕 윤리로부터 사랑을 중요시하는 이라면 물에 빠진 A, B, C 중 확률이 낮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내 아내(혹은 남편)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인질극 속에서 싸우면 범인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인질이 딸이라면 기꺼이 총을 버리고 항복하는 모습을 보며 열광한다. 윌 스미스가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와이프를 소재로 농담한 진행자의 뺨을 때려버린 것도 어쩌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덕 윤리'에서는 옳은 판단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폭력만 아니었다면 좋았겠지만...(작가 생각)


인스턴트 환경에서 오는 감성의 배제

오늘날 정보기술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람들(특히 젊은)은 어릴 적부터 정보의 홍수에서 헤엄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자라왔다. 덕분에 패스트푸드 같이 빨리 덥혀서 빨리 소화시켜 버리는 인간관계 역시 늘어나고 있다.


왜 갑자기 이 얘기를 하냐고? 요즘 '필찾'이라는 단어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필요할 때만 찾는다"는 말이며 이전과 달리 서로 간의 정서와 유대관계에 시간과 비용, 감정 등을 들이지 않고 놀거나, 정보나 도움이 필요할 때만 그때그때 연락해서 원하는 것을 얻고 다시 관계나 연락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와 라이프 패턴은 우리가 사고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정서적인 뇌의 기능이 퇴화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트로이 딜레마나 물에 빠진 사람 구하기 딜레마 등과 같은 상황에서 '쉽고 빠른 판단'과 '감정을 배제한 스트레스 적은 판단'을 위해 정서적(감정적) 기능은 아예 배제되어버린 채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작가의 소견이다. 즉 이성적인 판단'만' 추구하는 사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와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의 말을 빌리자면, 신경윤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가장 윤리적인 결정은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이 적절히 버무려져야 한다는 것인데, 오늘날 사회를 가만히 바라보았을 때, 그것이 정말 실현 가능한 담론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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