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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Nov 21. 2023

홍시의 추억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홍시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겠지만, 

우리 터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터전 통합 방모임이 있던 오늘, 모모에게 들은 아이들의 이야기. 

나들이 길에 홍시가 툭 하고 떨어지는 게 보여 아이들과 잽싸게 가서 나누어 먹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아기새 마냥 줄지어 입을 벌리고 모모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홍시를 조금씩 나누어 아이들의 작은 입에 넣어주었다고 했다. 

서너 살의 아이들에게 홍시의 맛은 어땠을까? 말랑말랑 얼마나 달콤했을까?     

모모의 이야기를 들으니 민채가 처음 터전에 적응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네 살, 11월. 아이가 어서 터전에 적응하길 바라며 나도 한동안은 터전에 함께 다녔었던 때, 별빛과 아이를 비롯한 같은 방 아이들과 나는 터전 근처 동네를 나들이하고 있었는데, 동네의 한 할머니가 우리를 부르시더니 대봉감을 맛보라며 몇 개 선물로 주셨다. 크디 큰 대봉감을 받은 서너 살의 아이들은 싱글벙글 입 주위에 다 묻히며 그 자리에서 다 해치웠다. 

그 모습이 얼마나 복스럽고 귀여웠던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그 날,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홍시보다는 아삭한 단감을 좋아하는데, 그날만 기억하면 이상하게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가 먹고 싶어진다.     


가을 햇살 아래, 감나무 가지 끝에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홍시로 익어가고 있다.

터전의 아이들도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영글어간다. 

아이도 터전 안에서 많이 영글었다. 기특하다. 

내년에는 터전 생활도 끝이다. 졸업이기에 터전에 다닐 날도 몇 달 남지 않았다. 아쉽다. 

남은 7세의 시간 들을 아이도, 나도, 남편도 잘 즐겼으면 한다. 터전 안에서, 남은 시간들 속에서 나도, 남편도 더 영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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