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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14. 2022

이수현 찬양가

21세기 뮤즈의 등장

'보컬리스트'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임재범, 이은미, 이소라, 박효신과 같이 탁월한 보컬 능력을 보이지만, 작사작곡에는 보컬 능력만큼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지 않는 가수들을 지칭하는 용어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위 가수들은 이미지에 따른 예시일 뿐이고, 위 가수들을 포함하여, 작사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보컬리스트도 상당수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유행했던 보컬리스트라는 용어는, 아이돌이 가요계의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던 2000년대 이후부터는 그다지 널리 쓰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유가 나타났고, 그리고 이수현이 등장했죠. 


개인적으로 아이유와 이수현은 둘 다 뛰어난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지향하는(그리고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분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유의 경우 작사부터 프로듀싱까지 '총괄자'로서의 역할에 근접해 가고 있다면, 이수현은 주어진 곡을(그것이 어떠한 장르 또는 스타일이든지 간에)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연주자'의 역할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아이유의 보컬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에 최적화되어 있어 'one and only'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반면, 이수현은 작곡/작사가의 의도에 맞게 자신을 변주함으로써 'perfect fit'의 무대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다면, 대중의 입장에서 범용성이 높은 것은 이수현의 보컬입니다.  어떤 곡을 던저주어도 훌륭한 악기로서, 그렇지만 진부하지 않게 해당 곡을 소화해 낼 것이니까요.  나름 매니아층에게는 인기를 끌었던 음악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과 '바라던 바다'가 그 증거일 겁니다. 


기술적으로 또는 기교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이수현보다 뛰어난 보컬리스트는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예컨대 '바라던 바다'에 함께 출현했던 선우정아가 그렇지요.  '바라던 바다'에서 '봄처녀'나 '고양이' 같은 노래를 선우정아와 이수현이 함께 부르는 것을 보면, 적어도 보컬 역량이나 무대 장악력 측면에서 선우정아가 이수현을 압도하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수현의 매력은 (해당 프로그램의 주력이기도 한) 이른바 '커버곡'에서 드러납니다.  팝송을 부를 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언어구현력부터 원곡에 대한 해석능력,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강약을 조절하여 부를 수 있는 기술적 능력까지.  이수현의 보컬 능력은 역설적으로 타인의 곡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그렇다고 아이유의 커버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이유의 실력은 이미 대중의 검증을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영상을 한번 보실까요. 


https://youtu.be/ueVP4Bm94nU


저는 개인적으로 이수현이 휘트니 휴스턴의 원곡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그것도 완급을 조절해 가면서 자유자재로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이수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제쳐두고라도, 저는 단지 이 친구가 이제 (고작) 23살이고, 앞으로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그저 즐거울 뿐입니다.  아마 상당히 높은 확률로, 이 친구는 제가 죽을 때까지 노래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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