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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21. 2022

교회의 쓸모

feat. 교회 앞 불법주정차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그리고 저희 집 근처에는 교회(대형, 소형 모두)가 많습니다. 


이 말인즉슨, 오늘은 수많은 교통위반을 목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때 저는 꽤나 독실한 개신교인이었습니다.  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각종 예배와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월급의 10%를 꼬박꼬박 헌금했으며, 며칠 되지도 않는 휴가를 해외선교활동에 아낌없이 사용했습니다.  소모임도 하고, 성경공부도 하고, 종교 관련 서적도 찾아서 읽곤 했었죠.  성경에서 말하는 'transformed'의 단계에까지 도달했었는지 확신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속에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토록 열심히 교회활동에 매진하는데, 나는(그리고 사람들은) 선()해지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은 정말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는 차량에 치일 뻔한 것입니다.  황망한 마음에 가해차량을 한참 쳐다보았는데, 그 차량은 정차 후 사과하기는커녕 쏜살같이 교회 주차장으로 진입해 버리더군요.  짐작컨대 다음 예배시간에 늦었거나, 늦게 도착하면 주차자리가 없으므로 남들보다 빨리 주차하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주로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교통사고 한번 당해보지 못했는데, 생에 첫 번째 교통사고를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으로부터 당하게 될 뻔한 것이죠.   


이 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던 교회 주변 도로 풍경들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1개 차로를 점거하고 서 있는 대형 셔틀버스들, 버스정류장/교차ㅋ로/횡단보도를 가리지 않고 불법정차한 후 타고 내리는 교인들, 보행자의 안전보다 예배에 지각하지 않는 것이 우선인 것처럼 보이는 차량들...예배시간에는 그렇게 성스럽게 눈물 흘리며 찬양하던 사람들이, 예배가 끝나자마자 도로의 무법자로 변신하는 모습에 엄청난 모순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대체 교회가 무슨 소용인가?'

'나는, 그리고 우리 교인들은, 이웃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가?'


사실 사소한 위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비종교인들도 일상생활에서 항상 올바른 행동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이웃들로부터 민원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인터넷에서도 종종 회자되고 있는 이슈인데, 교회 내 그 누구도 불법주정차에 대한 이야기는 대놓고 하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이 설교시간에 '불법주정차를 하지 말자'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자'는 홍보라도 할 법 한데, 단 한 번도 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변 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교회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다니는 것이지, 교인들을 보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종교상담을 받아 보아도 '기도하면 답을 주실 것이다'라고 합니다.  교통위반은 하지만, 그보다 더한 노력과 자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대의적 측면에서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위선이란 사소한 곳에서 드러나기 마련이고, 무심코 반복되는 일상이야말로 사람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목격자가 없어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드러나는 선의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장대하게 펼쳐지는 대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결국 교회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은 개인적인 봉사와 비종교단체에 대한 기부만 병행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변하지 않는 교회 앞 불법주정차에 눈쌀을 찌푸리면서 말이죠.  


실제로 다수의 개신교인들은 선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교회를 버림으로써 내면의 모순을 해소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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