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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r 26. 2024

카스텔라 꽈배기

도넛은 눈길을 사로잡기 쉽다.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에 크림과 아이싱의 단맛, 화려한 모습 때문이다. 속에 버터크림이나 생크림, 카스타드 크림 등 원하는 내용을 채우고 삐져나오지 않게 마무리하면 되니 골라 먹기 쉽다. 아이들이 어릴 땐 한동안 크리스피 도넛을 자주 찾곤 했다. 동네 1호점이 있어서 갓 나온 따뜻한 온도의 도넛과 달달한 시럽으로 입힌 글레이즈를 맛보곤 했다. 가끔 1+1을 하면 더즌을 사서 두 박스 가득 들고 와선  '어떻게 다 먹지?' 란 고민 없이 가벼운 식감으로 식구들 입으로 뚝딱 없어지곤 했는데.


도넛을 주제로 수업을 하는데 크림 많이 들어간 도넛은 유행할 때 많이 해봐서 이번 엔 글레이즈 도넛, 크로켓(고로케) 등 좀 더 색다른 주제로 접근했다. 찹쌀 꽈배기도 만들고 카스텔라가 입혀진 고급 꽈배기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초등생 일땐 학교 앞 백화점에서 파는 카스텔라 꽈배기를 사서 엄마들이 간식으로 곧잘 넣어주곤 했다. 그땐 일반 꽈배기가 천 원에 5개 정도 하던 시절인데 백화점 꽈배기는 천오백 원이나 했다. 고급 도넛이던 꽈배기는 크기도 컸지만 달달한 크림이 발라져 있고 겉엔 카스텔라 고물이 묻혀 있다.


반죽을 발효실에 넣어 놓고 카스텔라를 만들었다. 계란을 설탕과 함께 중탕으로 녹여 곱게 거품 내어 밀가루와 녹인 버터를  구우면 된다. 전문가반이라 무리 없이 잘할 거 같아도 생각보다 볼륨감이 잘 나오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 모양이 덜 살았다. 오븐에 구워 식힌 뒤 굵은 체에 내려 고운 카스텔라 가루를 만들면 된다. 버터크림을 만들어 조별로 나눠 주었다. 역시 크림은 달달하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버터크림이 최고지.


길게 막대기 모양으로 성형하고 꼬아 만든 꽈배기는 발효하고 나와선 기름에 튀겨낸다. 일부는 계피 설탕에 묻혀가고 나머진 크림 발라 카스텔라 고물을 골고루 묻히면 된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급 꽈배기에 모두 천상의 맛이라고 한다. 그간 먹어보지 못했던 부드럽고 버터크림의 달달함과 카스텔라 풍미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맛이라고. 왜 전에 백화점에서만 팔던 고급 꽈배기가 그리 비쌌는지 모두 이해했다. 얼마에 팔면 좋겠냐고 하니 2500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르긴 했나 보다.


빵을 만드는 것은 갓 나온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김이 나는 신선한 제품을 맛보는 특권을 가진다. 베이커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다. 온몸을 휘감는 빵이 익을 때 나는 구수하고 고소한 향기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지나가는 사람이 알아챌 수 있을 만큼의 향을 내뿜는다. 마치 벌을 불러들이는 꽃의 유혹과도 같이. 오늘도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내 나는 머리와 옷을 입고 달달한 카스텔라가 묻힌 꽈배기를 안고 간다.



#카스텔라

#꽈배기

#도넛

#카스텔라꽈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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