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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 Jan 06. 2024

우리 집 강아지는 ‘복순’이랍니다. #4

  가족이 된 이후부터 2살의 두뇌로 살고 있는 복순이는 언제나처럼 ‘나는 모르겠소’라는 표정으로 일관한다. 한때 TV에서 보이는 조련 잘된 강아지들만큼은 아니어도 ‘빵’하는 소리에 죽은 듯 쓰러지는 모습을 기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개가 다 하는 ‘손’ 소리에 내어주던 것조차도 모른 채 외면한다. 복순이가 알아듣는 단어는 ‘산책하자’, ‘맛있는 거 먹자’, ‘기다려’ 정도인데 온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니 바보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90이라고 하니 복순이는 우리 집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셈이다. 어느덧 청소년기의 자식들이 어엿한 청년이 된 지금까지 13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오는 동안 복순이는 우리에게 조용히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산책하자’에 자다가도 눈을 번쩍 뜨고 부리나케 현관 앞에서 기다리지만 조금만 많이 걸어도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힘들어한다. 이럴 땐 유모차에 태우거나 가방에 들거나 두 손으로 안아야 한다. 하지만, 복순이의 황혼기가 따뜻함과 사랑으로 가득 차길 바라기에 ‘날이 추워서 또는 너무 더워서’라는 핑계를 지워보려고 오늘도 무진 애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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