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Aug 23. 2024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바셀린을 참 여러모로 많이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콧속이 헐어도 바셀린을 발랐다. 바셀린을 바르면 물론 불편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좋아졌던 것 같다. 물론 콧속에서 굳어 버린 바셀린을 빼내야 했지만.
겨울에 밖에서 놀다 보면 손등이 갈라지면서 트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손등에 바셀린을 발랐다. 그럼 효과가 아주 만점이었다. 아픈 통증도 줄어들고 손등이 튼 것도 부드러워지면서 좋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좀 그럴지도 모르는데 어렸을 때니깐.
똥꼬에도 바셀린을 발랐던 기억이 난다. 휴지로 너무 빡빡 닦았나? 똥꼬가 쓰라렸을 때 아마도 엄마가 바셀린을 바르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고 나는 엄마 말에 따라 바셀린을 발랐다. 그렇게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면 똥꼬가 맨질맨질해졌다고 해야 하나, 말캉말캉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바셀린은 정말 여러모로 유용했던 약품?이었다. 엄마는 저녁에 씻은 후에 바셀린을 얼굴에 바르고는 했다. 반질반질 거리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내가 물어보면 피부 고와지라고 바셀린을 발랐다고 했다. 너도 발라줄까? 해서 나는 싫다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나중에 커서 알고 보니 복싱이나 격투기를 할 때 링에 오르기 전에 얼굴에 바셀린을 발라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바셀린을 바르면 상대 주먹으로부터 얼굴 피부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리라.
그 외에도 바셀린은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발뒤꿈치에도 바르고 놀다가 다쳐서 까지면 처음에는 빨간약을 발랐다가 나중에 바셀린을 바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병통치약 비스무리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바셀린만 있었다고 하면 서운해할 당시 쌍벽을 이루던 또 한 가지 약품이 있다.
바로 안티푸라민이다.
초록색 뚜껑 위에 간호사 얼굴이 그려진 안티푸라민은 바셀린 못지않게 쓰임새가 다양했다.
바셀린을 바를 수 있는 곳이면 대체품으로 안티푸라민을 발라도 될 정도로 기억하는 것을 보면.
물론 안티푸라민은 투명한 색깔의 바셀린에 비해 다소 노란빛을 띠기도 했지만 특유의 싸한 약품 냄새와 함께 상처에 바르면 화끈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주의를 요하기도 했다.
바셀린처럼 콧속에 발랐다가 안티푸라민 특유의 냄새에 결국 참지 못하고 물로 씻어냈던 기억도 있고 특히 똥꼬에 발랐다가 불에 덴 듯 화끈 거리는 통증 때문에 욕실에 가서 얼른 물로 씻어낸 적도 있다.
민감한 피부가 아닌 곳에는 안티푸라민을 참 다양하게 바르고는 했다. 상처가 난 곳에도 손등이 갈라지고 튼 경우에도. 때로는 근육통이 있는 다리나 팔, 어깨에도 발랐던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나도 나도 기억 나, 바셀린과 안티푸라민...이라고 하신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나이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당연히 그때는 그랬지, 하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왜 갑자기 바셀린과 안티푸라민이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가을이 되니 불현듯 옛 추억이 떠올랐는지도...
202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