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Sep 06. 2024
비를 좋아하는 여인
긴 장마가 시작됐다
축축한 공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잔뜩 찌푸린 하늘,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지금 이 시기가 장마철임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비를 좋아하는 여인이 있었다
비만 오면 집 밖으로 뛰쳐나가 비를 맞고 걷던 여인이
옷이 비에 젖건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흐르건
신발에 물이 들어가 척척 거리는 소리가 나건
우산을 받쳐 들고 하염없이 비 오는 거리를 걷던 여인이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여인이 생각난다
또 어디서 우산을 받쳐 들고 빗속을 걷고 있을까
비가 오는 날,
베란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면
내 손바닥에, 내 손목에, 내 팔에
비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어딘가에서 그 여인도 이 비를 맞고 있으리라
비의 감촉을 느끼고 있으리라
비의 냄새를 맡으며 고요한 거리를 걷고 있으리라
비가 그치고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긴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딘가에서 우산을 쓰고 길을 걸으며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긴 장마가 시작됐다
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