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Nov 22. 2024
온라인으로 교보문고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을 했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다른 여러 상품들이 배달된 택배상자를 보면 반가운 건 마찬가지지만 이상하게도 책이 배달된 택배상자를 볼 때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택배상자를 들어서 집 안으로 옮긴 다음 조심스레 상자를 연다. 이번에 주문한 책은 총 8권이다. 아내가 부탁한 책 1권과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책 7권.
책이 쌓인 비닐을 뜯고서 책을 한 권씩 꺼내서 책의 상태를 확인한다. 찍힌 자국이 있는지, 지저분하지는 않은지 등.
아주 가끔은 새 책인데도 불구하고 몇 년은 창고에서 처박힌 듯 누렇게 변색된 책을 받으면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그럴 때면 바로 반품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리 그런 책은 걸러서 보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중고 책을 산 것도 아니고 새 책을 샀는데...
이번에 배달된 책은 다행히 상태가 양호하다. 흡족한 마음으로 상자에서 꺼낸 책을 책장의 맨 왼쪽 위에서 세 번째 칸에다가 꽂는다. 그 칸은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쌓인 곳이자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나 다시 읽고픈 마음이 일어난 책을 꽂아놓은 곳이다.
책을 대충 정리하고 그 앞에서 서서 꽂힌 책을 바라본다. 제목을 하나하나씩 눈으로 훑어본다. 일용할 양식이 쌓인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이번에 주문한 책값으로 10%의 할인을 받았음에도 1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가급적 책값에는 돈을 아끼려 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책값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책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출판사들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책값을 정하는 것이겠지만 한 명의 구매자이자 독자로서 책의 두께에 비해, 종이의 질에 비해 비싸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드커버도 필요 없고 종이의 질이 좋지 않아도 되니 책값이 조금 더 저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 건 나 혼자 만은 아닐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니.
늘 그렇지만 이번에 주문한 책을 바라보고 있자니 빨리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차례가 있는 법. 그건 바로 내 기분 내키는 대로 그때그때마다 꺼내 읽을 때까지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작은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던 낡은 트럭의 스피커에서 “오뎅이 왔어요, 오뎅이 왔어. 맛 좋은 오뎅이 왔어요. 두부가 왔어요, 두부가 왔어. 신선한 두부가 왔어요.”가 들렸던 것처럼,
지금 내 귀에는 “책이 왔어요, 책이 왔~어. 물류창고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 왔어요.”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202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