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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Oct 14. 2024

8월 가장 더운 시기에 에어컨이...

잘 작동이 되던 에어컨 리모컨이 갑자기 먹통이다.

아침까지도 별 문제 없이 에어컨을 켰다가 껐는데 갑자기 왜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인지...

나는 응답이 없는 리모컨의 전원을 계속해서 눌러보고

아내는 재빠르게 인터넷을 검색한다.     


아내가 인터넷을 검색하는 동안에도 나는 에어컨 앞에서 되지도 않는 리모컨을 바라보며 전원스위치를 누르면서 ‘이게 왜 이러는 거야.’를 낮게 읊조린다.

얼마 전에 건전지를 바꿔 끼어서 배터리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리모컨과 에어컨을 바라보며 서 있자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무더운 8월에 도대체 어쩌라고.     


아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방법대로 하나하나 해보자고 하면서 일단 리모컨이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에어컨의 전원이 내려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배전반을 확인한다.

그런데 배전반을 열기가 만만치가 않다.

배전반을 열다가 땀을 줄줄 흘리고는 화가 나는지 세탁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해서 가길래 내가 얼른 배전반을 열어보려고 달려든다.

이게 왜 안 열리지? 하며 힘을 써보지만 잘 되지가 않는다. 이제 땀이 나서 내 머리가 젖기 시작한다.     


어찌어찌 용을 써서 배전반을 열었지만 수많은 선만 보일 뿐 에어컨 스위치는 보이지가 않는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더니 ‘그럴 리가요? 거기 왼쪽에 보시면 있을 텐데요.’ 라고 한다.

이상하게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땀은 흐르고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우리 두 사람은 짜증을 내지 않았다.

정말 웬일이래?     


조금이라도 빨리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해서 에어컨의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아내가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다. 역시나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날씨는 무더운데 이를 어쩌나.

하필 이럴 때에 에어컨 전원이 켜지지 않다니.     


잠시 후에 에어컨 수리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정확하게 지금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는 리모컨의 문제보다는 아무래도 에어컨 차단기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보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게 해보고도 되지 않으면 그때 다시 연락을 하라는 말을 듣고 우리가 수리 기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고 열려고 했던 것은 차단기함이 아니라 배전반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우리가 찾던 차단기함이 배전반 바로 위에 있었는데도 그걸 우리는 보지 못했다. 차단기를 열어서 거기에 표시된 에어컨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어야 했던 것이다.     


차단기를 열어서 에어컨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켠 뒤에 수리 기사의 말대로 2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리모컨으로 에어컨의 전원을 켰을 때......

그렇게 작동을 하지 않던 에어컨의 전원이 파란불이 들어오면서 켜졌다.

그리고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땀을 줄줄 흘리며 에어컨 앞에 서 있던 아내와 나는 분명 환하게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주먹을 맞닿았다.

잘했어, 수고했어, 라는 의미로.

행복감이 밀려왔다.

잠시 동안일지라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컨의 전원이 켜지지 않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고 이전에 했던 방법이 통하지 않자 우리는 결국 서비스센터에 예약을 했고 무더위 속에서 몇 날 며칠을 기다려 에어컨을 고쳐야 했다.          



202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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