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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Oct 04. 2024

작아서 못 입었던 청바지를 몇 년 만에 입어 보다

올해 3월부터 늘어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몇 년 간 꾸준히 몸무게가 늘어다더니 인상이 달라질 정도로 살이 쪘습니다. 인상이 후덕해진 것도 문제지만 배와 옆구리, 엉덩이 부분에 특히 살이 많이 쪄서 평소 입던 옷이 작아 맞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작년에 한 차례 살을 빼기 위해 노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걷고 운동을 해서 3킬로그램 정도 감량을 했었는데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을 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작년 실패를 반면 거울삼아 조금 더 마음을 다잡고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총 3단계로 나눠서 9.5킬로그램을 빼는 것으로 감량 목표를 정했습니다.

평소에 배부르게 식사를 했다면 배가 찰 정도로 식사량을 줄였고 운동량을 늘렸습니다. 특히 중국음식을 멀리했고 되도록 기름진 음식을 피했습니다. 더우면 덥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귀찮고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어떻게든 운동화 끈을 조이고 걷거나 뛰면서 땀을 흘렸습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체중계의 눈금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바뀌어갔습니다. 몸무게가 계획대로 조금씩 빠지다가 어느 순간 박스권에 갇혀서 움직이지 않을 때는 휴우... 조급해져서 짜증이 나고 느슨해지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 제가 세운 3단계의 최종 몸무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7킬로그램을 빼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난 어느 주말 작아서 몇 년 간 못 입었던 청바지를 꺼내어 조심스레 입어봤습니다.

엉덩이에 걸쳐서 올라가지 않던 청바지가 부드럽게 엉덩이를 지나 허리춤까지 올라오더니 단추가 잠겨지는 게 아닙니까? 청바지가 맞다니, 몇 년 만에 청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다니.

저는 얼른 거실로 나와 청바지 입은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내가 감탄스러운 얼굴로 내심 부러운 눈빛으로 청바지를 입은 제 모습을 바라보더군요.     


그날 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당당하게 청바지를 입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배가 터질 듯이 허리춤이 조여오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쁠 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벨트를 매고 청바지를 입었다면 물론 지금은 벨트를 하지 않아도 청바지를 입습니다. 허리가 딱 맞아서 벨트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앞으로 조금만 더, 제가 목표로 한 만큼 체중을 줄일 수 있다면 벨트를 매고 청바지를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내는 제 턱 선이 보인다며 지금도 충분한 것 같다고 더 살을 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을 하지만 살이 찌기 전의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저의 마음인지라 조금만 더 힘을 내보려 합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 날씨로 접어든 만큼 걷기에도 뛰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제가 애초에 세운 목표를 위해 오늘도 가급적 주전부리를 멀리하고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귀찮고 게을러지려는 마음을 다 잡고 운동화 끈을 조이려 합니다.      


옷장 속에 짱 박혀서 몇 년 동안 빛을 보기만을 기다리던 청바지를 입고 불편한 부분이 없이 당당하게 포즈를 취할 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10년은 아니 5년은 어려 보이려나요?

어디선가 꿈 깨시죠,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202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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