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이런 박물관이 있었다고?
동네 탐방을 목적으로 양재와 서초 사이 전기박물관을 찾았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운영한다. 한전 ‘나주 시대’ 개막 10년 차인데, 박물관은 서울에 남았다. 아직도 ‘서울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완전한 전환이라 보기 어렵다. 전력마저 수도권 집중화를 피하지 못한 것일까.
아트센터 3층에 2개 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 큰 주제는 근대 시기 ‘전기의 탄생과 발전’이다. 학부 때 공부한 전차 관련 내용도 있다. 역시 배우면 언젠가 쓸모가 있다. 8분짜리 전차 운전 시뮬레이터 조작도 가능하다. 전차 모형 안에서는 과거를 배경으로 요상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제2전시실은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담았다. 산업화의 아버지(?) 박정희, 이명박 대통령 시절 내용이 주를 이룬 까닭에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이목을 끄는 건 80년대 가정집이다. 럭키금성 텔레비죤이 반갑다. 언젠가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식사 중에 조용필 쇼를 보고 있으면, 외할아버지가 TV 문을 확 닫아버렸다고. ‘TV 문’이 뭘까 한참 고민해 왔는데, 이제야 답을 찾았다. TV장 바깥쪽에 미닫이문이 있다. 언제든지 켜달라고 신호 보내는 요즘 TV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좁은 공간에 비해 전시 내용은 알차다. 다만 아쉬운 점 딱 하나 있다. 에디슨 선생 기획전시실에 ‘사형 집행용 전기의자’가 없다. 에디슨의 역작이자, 미국 역사상 최고 발명품이 없다니! 비인도적이라서 전시 불가능하다면, 영화 <그린 마일> 포스터 전시도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