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후토마끼인가, 김밥인가
내가 고향에 갈 때면 엄마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묻곤 한다.
난 언제나 변함없이 '엄마표 김밥'이다.
엄마가 싸주는 김밥엔 마법가루가 들어갔을까?
여타 유명하다는 김밥집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맛있다!
그래서 손 많이 가는 음식인줄 알면서도 1년에 서너번은 부탁하곤 한다.
우리 엄마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큰 손인데,
초등학교 운동회나 소풍 때면 빨간색 6단(무려 6단) 도시락통에 가아득 김밥을 싸줬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방이 무거웠다. 6단 도시락통에 과자에 음료수에 과일까지..
덜어내려고 하면 엄마는 모자른 것보다는 낫다고, 버스에서도 먹으라고, 혹시 도시락 못챙겨온 친구들도 챙겨주라고 가방 지퍼를 굳게 닫았다.
그러고보니 운동회 점심시간 때 처음 본 윗 학년 언니, 안 친한 같은 반 친구들까지
너나할 거 없이 우리 돗자리에서 같이 김밥을 먹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혹여 도시락 못챙겨온 친구 몫까지 엄마가 챙겼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우리 세자매도 손이 참 크다..ㅎㅎ 나누는걸 좋아한다.
나누면 나눌수록 채워지기에!
서울에 놀러온 엄마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밥을 싸줬다.
준비할 재료도 많지만 재료 하나 하나 손질하고, 볶고, 말고, 자르고, 플레이팅 하고.
명절 음식 못지않게 손이 많이 간다.
준비하는 내내 엄마 옆에 딱 붙어, 시어머니 노릇을 하면 우리끼리는 너무나도 재밌는 상황극 한 편이 만들어 진다. 엄마는 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며 불평하지만 그냥 김밥, 참지 김밥, 치즈 김밥 다양하게 김밥을 준비한다. 엄마 최고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 김밥이 터지는 이 순간!
터진 김밥은 나름 보조를 선 내 입으로 쏙 들어온다.
엄마는 원래 터진 김밥은 제일 예쁜 애들만 먹을 수 있는 거라며 날 주곤 한다. 막내의 특권 흐흐
어릴 적 소풍 날 아침, 구수한 참기름 냄새에 깨면 곧장 주방으로 향해 김밥 꼬다리를 주워 먹었다. 든든한 배와 든든한 가방을 싸들고 걸었던 등굣길이 어렴풋 생각 난다.
엄마가 선사해준 행복한 추억,
나도 엄마가 되면 내 자식에게 꼭 깁밥을 싸줘야지. (당근 채 써는 법부터 배워야겠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