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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황 Jan 22. 2023

납골당을 다녀오다

아버지와의 시간

찬 바람이 온 몸을 휘감은 설 며칠전 아버지의 유골함을 모셔놓은 납골당에 들렀었다.


띠리링..문자 한 통이 휴대폰 화면을 스쳐 지나간다. 054-481-0572


'구미시공설숭조당 설 명절 성묘객 증가로 교통 혼잡이 예상되오니 미리 성묘하시거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적극 이용해 주시고, 방문시에는 셔틀버스 및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명절에 납골당에 들러본 적이 없다. 오며가며 한번씩 캔커피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그냥 들러서 잠시 묵념같은 시간에 그간의 안부를 묻고 아버지 주위에 같이 봉안되어있는 여러 사람들의 유골함과 태어난 날과 죽은 날의 기록을 보는게 다이지만, 가끔 죽음이란 이렇게 나이에 관계없이 끝맺음에 이르게 하고 또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이나 사랑의 메세지를 앞에두고 영원속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 뿐이다. 죽음이란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도 종교에서 말하는 사후의 안락함이니 징벌도 아닌 현실에서의 로그아웃이라 생각한다. 니체의 말대로 초인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 시대에서도 지긋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신의 섭리나 물리적 힘의 권력, 돈의 굴레에서 비추어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짊과 삶의 길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는 요즘이다. 물론 '사피엔스'나 '마흔에 읽는 니체'같은 책을 읽고 있다고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나 끈질긴 지적탐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공허함이 앞선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낙동강이 보이는 납골당에서의 전망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보여지는 그 강줄기를 같이 보고 있는 셈이며, 태어나지고 되고 보살펴지고 같은 시간을 애증속에 보내어진 그 많은 기억들이 같이 가슴속에 남아 있음에 아버지에게 감사하다. 지나고 보니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서서히 잊혀지고 퇴색된다.

같이한 생활들은 가끔 지겨웠었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적도 많았겠지만 추억으로 돌이켜보면 나름 기억할 만한 건덕지들이 제법 남아 있음에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말씀많고 고집센 아버지가 조용히 납골당에 계심이 현재 나의 삶과 생활에 더 보탬이 되는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여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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