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잠잘 때 시끄러우면 잠들기 힘들다. 밝아도 눈이 부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심지어는 조그마한 정수기 불빛도 가끔 부엌에서 새어나와 눈덩이에 얹히고 지나가는 배달의 민족 오토바이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며 잠이 달아나 버리면 한동안 휴대폰을 꺼내 뒤적뒤적거리며 잠을 청하게 되는 나는 왜 이런걸까?
성격이 민감하다고 하기엔 둘러쳐진 뱃살을 마냥 식탐으로 돌리기에도 미안하고, 남성 갱년기라고 하기엔 코고는 소리는 이웃집 방바닥을 뚫을 지경이니 소리와 불빛에 민감한 걸 그냥 유전자 어디에다가 붙이는 수밖에 게다가 둘째 녀석도 나 못지 않게 잠잘때 민감하니 그렇게 둘러댄다.
요즘은 소음과 눈부심의 시대다.
어디엘 가나 시끄러운 소리와 환한 불야성같은 도시의 밤에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심심하면 틀어대는 유튜브소리에 귀를 막는게 일상인 집안에서 그나마 잠시의 적막은 소음을 취소시켜준다는 노이즈캔슬링이 장착된 해드폰과 이어폰 덕분이다. 그것도 좀 끼고 있으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어디 조금 벗어나기위한 최소한의 발버둥이라고 해야겠다.
보스헤드폰을 중고로 구입하고는 외국가는 비행기를 타본적이 없다. 중고로 다시 팔아야하나 내내 고심했지만 중고가격도 떨어진데다가 어쩌면 올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냥 냅두고 있다. 게다가 집에서도 소음때문에 미칠 지경일때 어쩌다가 귀에 걸치면 딴세상으로 쑝하고 떠나는 듯한 노이즈캔슬링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다. 물론 이제는 가족 모두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에어팟프로등을 가지고 있으니 한 공간에서도 이어폰들만 끼면 각자도생이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다..
"뭐라고 잘 안들려"
그렇다. 잔소리를 시전하고 있는 아빠의 애처로운 아우성이 이젠 캔슬링되고 있었다. 자칫 소리가 아니라 존재가 취소될 판이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