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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May 17. 2024

[Lazy bear HK 미생(未生)-7화, 담배]

Nanzo쌤의 하키토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씁쓸함을 깨닫는 걸음이다




안녕하세요. 감성 에세이형 장편소설 '하키토브' 저자 안정호입니다. Lazy bear HK 미생(未生)은 2022. 6. 23 이후로, 업데이트한 지가 근 2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하키토브' 집필에 매진하느라, 다른 글을 쓸 여력이 없었네요. 당분간은 다음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싶기에, 쉬는 타이밍으로, Lazy bear HK 미생(未生) 연재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Lazy bear HK 미생(未生)은 가르치는 학생의 글입니다. 이를 수정해 공유합니다. 글쓰기는 자기의 부족함을 인지해 자아성찰을 이르게 합니다. 물론, 거창한 자아성찰은 아니지요.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 더 면밀하게 바라본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어른이 되어가는 삶의 과정은 생각만큼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인정해야 하는, 씁쓸함을 깨닫는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씁쓸함의 깨달음이 없다면, 나와 진중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삶에서 그만큼 할애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씁쓸함을 이해해야, 주어진 환경의 조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어진 환경의 조건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수의 요인과 나의 노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변수의 요인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야 현재 머무른 곳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의 올바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알고리즘을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해해야 할 씁쓸함을 깨닫는 걸음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결국, 삶의 씁쓸함을 온전하게 이해하면, 조금씩 발전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Lazy bear HK 미생(未生) 7화 시작할게요.





"Lazy bear’s 未生

Part 7, 담배"


군대에서 제대한 지가 언제지?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첫 출근 후, 이등병의 각 잡힌 긴장감을 입술에 머금은 채 자연스레 그때로 돌아간다.  


난 비흡연자다. 담배를 꼬슬리자는 병장의 말 한마디에 고민의 기색도 없이,


"넵! 알겠습니다!"


당시는 너무나 더운 여름이었다. 이등병은 빨래할 시간이 없다. 왜 그렇게나 없었을까? 선임들의 빨래는 그렇게나 해대면서, 정작 내 빨래할 시간은 없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땀으로 찌들어 눅눅해진, 각이 뭉개진 모자를 눌러쓰고 선임을 급하게 따라선다. 여차하면, 담배도 태울 기세다.  


"담배 피워요?"  


그렇게 싫어했던, 담배 연기를 고민도 없이 다시 마시러, 부서 선임을 따라선다. 창문에 내 모습이 비친다.  혹시라도 목에 단단히 메여진 넥타이 부분에 빈틈이 없는지 급하게 확인한다. 뒤따라 가면서 힐끔힐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몇 번이고 몰래 확인한다.  각 잡힌 이등병이 따로 없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해내겠다는 신입의 패기를 보여줘야 한다. 선임분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 직장 생활의 시작을 의욕적으로 시작하고 싶다. 따뜻했던 사무실 밖으로 나가니, 여전히 쌀쌀한 아침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차가운 공기와 맞닿은 나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그득하다. 그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야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쓸데없는 의욕을 고취했다.


직장인은 한숨을 자주 쉰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한숨을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 암묵적인 룰이다. 그렇기에 한 줌의 매캐한 담배 연기는 우리의 한숨을 숨기기 좋은 적당한 장소이다. 눈앞에 선임은 그들의 한숨을 매캐한 담배 연기에 실어 이리저리 뿜어댄다. 그리고 첫 출근인 내게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낸다.


각 잡혀 있던 신입 이등병은 취조실에 불려 온 피의자가 된 듯, 사방의 질문에 정신없이 대처한다.  분명히 나는 바짝 긴장하고 따라왔는데 정신없이 대답하고 있다.


'이처럼 대답하는 게 맞는 건가?'


그들은 나의 이력서를 잘근잘근 씹는 중이다. 새로운 신입이 지방대 출신임을 알고 있다.  선임분은 내가 오기도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은 내가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전투력 측정 중이다.  출신 학교와 직장 생활에 대한 자부심을 지닌 선임들에겐 나의 이력서는 초라했다. 지방대 출신이 영어나 똑바로 할까 싶은 의구심으로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난 패기만 가득한 인턴사원이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속에서 나는 평가되고 있었다. 그리고 진단을 내린 선임 중 한 분이 말한다.


"앞으로 열심히 하세요.

신입은 열심히만 하면 됩니다."

 

무엇을 열심히 하란 말인가? 출근 첫날, 컴퓨터도 없는 책상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다. 선임이 부르면 잽싸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서 열심히 흡연장으로 향한다. 목이 아프다. 눈도 따갑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한다.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비흡연자인 것을 알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첫 출근에서 내가 조심스럽게 만든 단정함과 빳빳한 긴장감은 어느덧 나의 마음에서 빗나가고 있었다.


긴장감에 지쳐있던 나는, 퇴근 시간에 퇴근하라는 팀장님의 말씀마저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 또한 테스트가 아닌가 싶어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고 정신없었다. 근데 다들 노트북을 덮는 것이 아닌가. 정말 퇴근인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선임들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정말로 퇴근이다. 그렇게 첫 출근을 마무리한다.  


'그래, 그렇게 적응해 갈지도.'


to be continued.......  


"Lazy bear’s 未生

Part 7, 담배"







하키토브'를 소개하면,

'하키토브'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감성 에세이형 장편 소설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위안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라고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40대 중반이 된 세 남자가 소설에서 등장합니다. 누구보다 친밀한 이들이지만, 가치관이 다르기에 살아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라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이야기로 세 남자의 독특한 심리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효상, 승기, 그리고 우현은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면서 이들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하키토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성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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