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11. 끝내 난, 내 비밀을 할머니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할머니도 끝내 내게, 당신의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할머니도 부모님을 만나러 하늘로 올라갔다. 완벽한 고아다. 할머니의 유언은 하나였다. 트리플엑스 요원이 되라고.
“하진아, 할미가 예전에 말했던 것, 기억나니? 모든 진실은 편견으로부터 나온다는. 할미가 세상이 말하는 죽음에 이르러도, 그것은 그저 세상이 말하는 진실, 편견에 불과해. 할미, 네 아빠와 엄마는 다른 진실에서 살아갈 테니. 그래서 언제나 널 지켜볼 거야. 그러니,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야. 알겠지?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할미가 다른 세상으로 가면, ○○에게 연락이 올 거다. 그를 따라가. 그리고 꼭 견뎌. 포기하지 말고. 트리플엑스 요원이 돼. 그러면 모든 비밀이 풀려.”
할머니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트리플엑스’. 얼마 후,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다.
“하진이니?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예전에 도움받았던 후배란다. 할머니로부터 이야기 들었지? 하진아, 힘들지? 아직은 실감[503]은 안 날 수 있어. 홀로 남겨진 게. 당장은 아니어도 곧 알게 돼. 그 기분이 생각보다 별로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주위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하루하루가.”
“아저씨가 어떻게 아세요?”
“아저씨도 혼자였어, 너와는 다르지만. 아저씨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몰라. 보육원에서 자랐어. 아저씨도, 하하하, 비행 청소년이었어. 매일 경찰서를 들락날락...... 알지?”
“아저씨도요?”
“그래, 그때 경찰서에 나를 바른길로 인도해 준 분이 너희 할머니란다.”
“할머니가요?”
“그래, 너희 할머니, 정말 대단한 전설이었어.”
“할머니가 경찰관이었어요?”
“경찰관은 아니었고, 비슷한 일을 하셨어.”
“그런데, 어떻게 만났어요? 할머니와?”
“할머니가 그때 왜 경찰서에 왔는지는 나도 모르지. 그때 워낙 혈기[504]가 왕성[505]해 경찰서에서 난리 좀 피웠지. 그때, 할머니가 슬그머니 다가와, 한 방에 나를 제압했어. 그리고, 내게 한 말씀이 있었어.”
“할머니가 그렇게 힘이 세요? 아저씨를?”
“말했잖니, 할머니는 전설이었다고.”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요?”
“할머니는 내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했어. 모든 진실은 편견으로부터 나온다고. 편견이라는 뜻은......”
“저도 알아요, 그 뜻.”
“그래, 하진이는 똑똑한 아이네. 모든 진실은 편견으로부터 나온다. 그때는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어. 그래서 멀뚱히[506] 할머니를 쳐다봤어.”
“그래서요?”
“할머니는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아니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눈길[507]이었어. 한참을 바라보더라. 아저씨는 태어나서 처음 느낀 감정이었어. 할머니는 나를 싫어하지 않는구나. 이 세상에 적어도 한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구나. 그런 느낌.”
“할머니가요? 할머니는 항상 저를 나무라셨는데.”
“그리고 말씀하기를, 모든 진실은 스스로 정한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결정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세상의 편견은 결국 스스로 포기해서 얻은 낙인이라고. 포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진실은 반드시 피어나 행복에 이른다고 말씀하셨어.”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 아저씨도 변하고 싶었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상에 외치고 싶었어. 잘못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할머니가 길을, 그 길을 지금까지 걷고 있단다. 그렇게, 너를 부탁받았어.”
“할머니의 길은 무엇인데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