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음

나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by 와그작

마음은 연쇄적이다. 하나의 마음이 자리를 잡고 나면, 곧이어 또 다른 마음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몸을 밀어 넣는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거창하게 했나. 내가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쉴 새 없이 마음들이 밀려온다. 어떤 마음은 내가 찾던 것이고, 어떤 마음은 당황스럽기도 하며, 어떤 마음은 예상하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 마음은 내가 바라온 것이든, 그렇지 않든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그런데 마음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자리를 맡고 있는 마음이 있다. 마치 아주 작은 동네 카페에 늘 앉아있는 단골손님처럼. 아주 가끔 손님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를 때에 정신을 차려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그 손님이 찾아온다. 내 인생에서 주로 그런 마음은 사랑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언제나 찾아오는 손님이 누구인지 알아채기 시작할 때,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고 가는 마음들 중에서 여전히, 굳건하게,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내보내고 싶어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무 살. 어른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던 열아홉을 지나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당연하게도 무늬만 어른인 나는 쏟아지듯 들어오는 손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문이 밀리기도 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에 갑자기 휴업을 결정한 날도 있었다. 그 와중에 내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때의 내게는 그 어떤 손님보다 중요해서 좋은 자리만 내어주고 싶었다.

스물여섯 살. 지금의 나는 그때의 마음을 떠나보낸 지 오래다. 그 마음을 보내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마음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단단한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내 사랑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마음을 보내주고 여전히 다른 마음들과 만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마음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건 내 선택이 아니었지만, 늘 내가 스스로 해 온 일처럼 여겨졌다. 그런 시간들 덕분에 새로운 마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여, 언제든 내게로 오라.

월, 수, 금 연재
이전 02화#2.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