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억

나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by 와그작

내 최초의 기억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떠올려 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릴 때 사진을 보아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슬프다.

왜 어릴 적 기억이 없다는 것이 슬펐을까.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기억들일 텐데, 그것을 기억하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나는 기억을 찾지 못한 결핍을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채우기로 했다. 어느 모임을 나가서든 어릴 적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묻는 게 내 습관이 되었다.


“너는 가장 최초의 기억이 뭐야?”


돌아오는 답변은 다양했다. 오빠랑 싸우고 넘어졌던 기억. 식탁 앞에 앉아 아주 맛있는 고기를 먹었던 기억. 내가 예상했듯이 너무 특별할 것 없는 기억들이었지만, 그 기억을 풀어놓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그 내용들보다 선명하게 남겨졌다. 그 기억이 어떤 것이든 밝은 미소와 약간의 그리움으로 추억하는 표정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연로하신 탓인지 기억력이 떨어진다며 한탄하실 때가 있다. 그런데도 할머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많은 추억들은 그것들이 가진 힘 때문인지 할머니의 표정 속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들이지만, 그것들은 할머니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한 할머니를 언제든지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그리고 살아있다고 느끼게도 만들어주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제 나는 나의 최초의 기억을 찾아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 기억을 찾아 나서려고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과 그들의 표정으로 나는 인생의 새로운 기억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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