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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일보 Feb 12. 2022

[밸런타인데이] 이 세상 하나뿐인 초콜릿 "사랑해"

과거 오늘 기사(2009-02-12)



애~앵~.

"14일 0시를 기해 우리나라 전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이 땅의 솔로들은 바깥출입을 삼가고 특히 극장, 백화점, 레스토랑 등 연인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에는 접근을 엄금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보는 실제 상황입니다."

'달콤 쌉싸래한' 밸런타인 데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간 초콜릿 소비량의 4분의 1이 동나는 시기이자, 새들도 짝짓기를 시작한다는 날입니다. 커플들에게는 축복의 하루이지만 솔로들에게는 저주와 외로움과 재앙의 날입니다. 거리에는 다정하게 팔장을 낀 커플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넘치고 분위기 있는 카페 2층 창가 자리를 선점한 연인들은 배회하는 솔로들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굽어살핍니다.

솔로들은 이럴 때일수록 입술 꽉 깨물어야겠죠. '부러우면 지는 거'라며 스스로를 다잡아야 합니다. 분필을 깨무는 듯한 순도 99%의 다크 초콜릿이라도 씹으면서 말이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올해 밸런타인 데이가 주말이라는 겁니다. 초콜릿 하나에 상처받는 직장 남성분들, 올해만큼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기브 미, 쪼꼬렛또"를 외칠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분들도 '어장 관리'하느라, 따가운 눈치에 마음에도 없는 초콜릿을 뿌리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방 안에 콕 처박혀 면벽 수행하면서 하루가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공습'을 견딜 자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솔로 부대'에서 '커플 부대'로 전향하세요.

그래요. 올해 밸런타인 데이는 온전히 커플들만을 위한 축복의 날입니다. 사랑의 기운이 어느 때보다도 충만합니다. 평소 못하던 사랑 고백, 과감하게 질러 보세요.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 이젠 정말 종식시키세요. 이참에 진도 못 나가면 또 1년을 재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능력 있는 자만이 사랑을 쟁취하는 건 아닙니다. 용기와 얼마간의 센스만 있으면 얼음장 같던 그(그녀)도 녹아내리고 말 것입니다. 킹콩도 연인을 위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기어오르고 금붕어도 사랑하는 '남친'을 찾아 벼랑 위를 뛰어오르는데 못할 것 뭐 있겠어요. 밸런타인 데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준비해 보세요.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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