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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순이 Nov 02. 2023

열한 번째 다짐과 또 다른 시작

매월 어떤 방식으로도 다짐하지 않고 시작한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올해 벌써 열한 번째다. 내용은 늘 비슷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는 것, 모든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 결국 조금 더 건설적으로 살고자 하는 바람으로 가득하다.


열한 번의 다짐 끝에 내가 이룬 것은 기실 초라하다. 특히 나쁜 습관은 버려지긴커녕 여전히 스스로를 잠식하는 것 같다. 올해는 힘겨웠다. 삶에 목덜미를 잡힌 채 근근이 살아지는 느낌으로 10개월을 보냈다. 환영받는 기분은 좋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은 일시적이고 소모적이었다. 힘듦은 희석되었지만 매너리즘은 더해져 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무게가 약 5kg 정도 늘어 있었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물일 것이다.


망찬 나날을 논하는 것이 내게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외로움이 엄습해 온다. 나는 누가 안아주지, 내 마음은 이토록 고운데. 인생 결국 혼자라지만 인간의 환대와 따스한 말 한마디에 웃음 짓는 나는 여전히 무르게 살아가야 할 팔자일까. 고민이 깊어갈수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시간이 늘어간다.


희망과 행복을 찾는 일이 하세월이라 매번 낙심하게 된다. 하지만 월초 나는 꿈을 꾸었다. 삶은 지난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 달에도 여전히 꿈꾸며 다짐을 할 것이다.


반드시 안온함을 갖게 되기를,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않고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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