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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순이 Nov 18. 2023

내가 바로 이모다

카들이 태어난 이후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부모님께 드리지 못하는 기쁨을 조카들이 대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이렇게 안아주고 반겨주겠니." 엄마의 말에 그간 무심한 딸이었음을 깨닫는 한편, 어찌 보면 이모가 응당 해야 할 효도를 대신해 주는 조카들의 존재가 고맙다. 이제 나에 대한 부모님의 관심이 0에 수렴함에 따라 그에 따른 잔소리가 줄어든 것은 우습고 슬픈 일이지만 말이다.


원체 NF가 지배적인 사람이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감정의 이입을 하게 된다. 어리고 약한 조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형부를 빼닮고 언니와는 발가락이 닮은 수준인 두 조카를 볼 때마다 이 아이들의 예쁨을 설명하기 난감하지만 아마 그건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부한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가 아닌 다른 존재가 아프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항상 건강하게 자라길 기도하면서 나도 이타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조카들을 보며 부모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를 길러내며 꿈꾸던 바람도 말이다.


그것은 바로 삶도 치열하게, 누구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받았고 바랄 수 있는 것이 축복이다. 결국 조카들로 하여금 내가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임을 알아차린다. 그러므로 나도 치열하고 아름답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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