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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츄리샘 Nov 06. 2024

미덕꽃이 피었습니다.

미덕은 민수를 바꿔 놓았다.

" 민수야. 우리 민수에겐 선생님에 대한 존중의 미덕이 있구나"

드디어 민수가 수업시작 전에 책을 준비해 놓은 날 내게 들은 칭찬이다.


ADHD인 우리 민수는

정리 정돈하는 것이 어려워 책상에는 책이 수북이 쌓여 있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거나 본인의 세상에 빠져있을 때가 많다.

과학과 우주를 좋아하는 민수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무얼 그리 상상하는지 혼자 웃기도 한다.


민수는 수 년동안 수업시간 책을 준비하지 못해

혼이 났고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민수가 친구의 도움으로 책을 준비해 논 그 시간을 놓치지 않고 미덕을 깨워 줄

좋은 구실로 삼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교육현실에서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가

민수는 미덕 칭찬을 받은 그날부터 책을 펴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었다..

지하 10층에 있던 목적의식과 존중

미덕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지상으로 올 때까지 칭찬해 줘야지..

우리 민수 잘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은 믿어'


"민수야 너에겐 책임감의 미덕이 있어. 선생님의 심부름을 책임감 있게 수행했거든."

민수를 칭찬하기 위한 거리를 찾느라 하루가 분주하다.

일부러 책임을 주고 수행하면 미덕을 깨어준다.

그런 미덕 칭찬이 싫을 리 없는 민수는 미덕의 씨앗들이 심기기 시작했다.



"민수야 미술시간에 쓴 찰흙 칼을

 물티슈로 닦아 줄래."

"네" 하고 온 민수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열심히 닦고 있었다. 눈도 초롱초롱.  

평소 멍하던 표정은 없고 세상 진지하다.

"민수야 오늘 선생님 민수에게 책임감, 봉사, 탁월함의 미덕을 보았단다. 어쩜 그렇게 깨끗하게 잘 닦는 거야? 얘들아 민수 대단하지?"

"네 선생님 민수가 달라졌어요.. 정말 신기해요"

멋쩍은 듯 볼이 발그레진 민수는 더 열심히

찰흙칼을 닦고 있었다.






민수는 그동안 자신을 믿어줄 어른을 만나지 못했다.

뭘 해도 혼나고 잔소리 듣는 일이 많은 민수는

자신의 작은 것도 칭찬해 주고 믿어주는 그 한 사람을 못 만났었기에

어디서나 불안하고 짜증이 가득했던 것이다.

민수는 이제 매일 웃는다.

"민수야 선생님은 민수를 정말 좋아해 민수는 선생님이 좋아?"

"네 선생님이 좋아요.."

"엄마가 좋아 선생님이 좋아?" 묻는 내 짓궂은 질문에 "선생님이요"대답한다.

"민수야 엄마가 알면 어떻게 해?"

놀란 민수는 "아 . 아...  엄마에게는 비밀이에요"하데 귀여움이 한도초과다.



권정애 선생님의 저서

"그 아이의 단 한 사람"처럼

나도 민수에게 단 한 사람이 되어

존재자체로 사랑을 주고

미덕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과거에서

미덕부자라는 것을 깨닫는 때까지

아이가 스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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