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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츄리샘 Nov 26. 2024

Gracias!

일상에서 감사를 표현해 보자.

스페인어로 그라시아스는 "감사하다, 고맙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년간 잠시 거주했던 칠레에서

그라시아스는 제가 가장 많이 한 말이었습니다.

스페인어 실력이 초보인지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말이

"올라(안녕)"와 "그라시아스"여서 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문화 속에 그라시아스는 공기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앞사람이 문을 잡아줄 때,

마트에서 계산을 마치고 캐셔에게도,

당연한 일을 하는 상황에도 그들은 자동적으로 "그라시아스"가 나옵니다.

그러니 얼굴 붉힐 일도 별로 없고 서로에게 친절함이 묻어나옵니다.


몇 년 산 것 가지고  칠레의 문화를 깊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확실히 그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잘합니다.

환한 미소로 그라시아스를 외치던 그들의 여유가 가끔은 그립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보니

우리는 생각보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 줄 때도 상당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

뺏어가듯 가지고 가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누군가 무엇을 줄 때는 두 손으로 받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예의란다." 하면

그제야 "아 감사합니다."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교실에 유니콘 같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빛나는 이유는 학습지를 받아 갈 때도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기 때문일까요?

'와 이 아이들의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아무래도 평소에 감사 인사를 강조하신 분들일 거야'하며 짐작해 보게 됩니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은 예의 중 최고이며, 고귀한 영혼의 표시이다.” – 아이스킬로스




옛날 아빠들은 봉투에 수북한 현금으로 월급을 받아오셨습니다.

월급이 많지는 않아도 만 원짜리로 받아오셔서

두툼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그날은 집 냉장고가 채워지는 날이었고

퇴근할 때 문 앞에서 90도로 인사하며

"아빠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합니다.

남편 험담이 특화된 엄마에게도

월급날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넘치는 날입니다.

지금은 어떤까요?

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사이버머니'같습니다.

월급은 이미 쓴 지난달 카드값으로 들어오자마자

나가버리니 부모님이 월급을 받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저희 가정과 비슷한 가정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의 수고를 감사할 기회조차 줄어든 현실입니다.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선물을 포장만 해놓고 주지 않는 것과 같다.” – 윌리엄 아서 워드



마음에는 감사함이 있다고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특히 일상에서 사소한 일에도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오글거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용기 내서 말해본다면  

아마 우리가 속한 곳부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기사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어묵을 하나 사 먹고도 "너무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운전할 때 끼워주는 뒷 차에게 비상들을 켜며 고맙다고 전해본다면

감사를 받은 상대방도 기쁘지만

사실 내 마음이 먼저 기쁨으로 충만해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수를 세어볼까요?

그 수가 늘어갈수록 우리에게는

각박하고 분주한 일상에 한 줄기 빛처럼 기쁨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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