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에서
들판이 황금빛으로 일렁일 때
어시장 가면 삶이 보인다.
비릿한 갯냄새에 버무려진 삶
초록빛 도는 전어의 힘찬 율동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이라오
떠리미 떠리미, 두 마리 더 얹어 줄게
생선비늘 덕지덕지 바른 앞치마 뒤집어
코 푸는 생선장수 할머니
떠리미요. 떠리미, 남은 거 톡 털어 줄게
꽃무늬 앞치마에 손 모우며 나긋나긋
눈웃음 짓는 생선장수 아주머니
할머니 전어보다 아주머니 전어가 더 싱싱하지만
촌로의 간절한 눈빛
할매도 아지매도 다 주이소
할머니도 아주머니도 칼춤을 춘다
쓱싹쓱싹 얇게 저며진 전어의 꿈틀거림
살려고 하는 몸짓 같을 때
전어가 푸른 지폐로 보이는 생선장수와
전어가 횟감으로 보이는 손님이 있을 뿐
살거나 죽거나 전어는 전어일 뿐.
들녘이 황금빛으로 일렁일 때
어시장 가면 삶이 보인다.
** 전어 철입니다. 전어는 뼈를 발라내 썬 것보다 뼈째 쓴 것이 꼬시다지요.
잇몸 약한 노인은 뼈를 발라낸 것, 잇몸이 튼실한 젊은이나 중년은 뼈째 쓴 횟감을 삽니다.
수족 간에서 은비늘을 반짝이며 바다를 그리는 전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횟감을 삽니다.
먹고 먹히는 것이 삶이겠지요.
어시장 가면 삶이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