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한 주에 한 명씩 아픈데, 다음 주는 제 차롄가요? (과연)
(2주 차 - 나 왜 걸어 다녀? 中)
선견지명.
혹은 평소 1일 운동량 0시간에 수렴해 온 몸뚱이에겐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쯤.
수업 전 날부터 오른쪽 허벅지 앞 쪽 근육이 날카롭게 당기기 시작했다. 주말에 축구장에 가서 남편을 골키퍼 세워놓고 슛 연습 좀 했더니 허벅지가 열 받았나 보다. '너 왜 갑자기 나한테 일 시키냐...'라고. 떼잉.
어머님 아니고 싶지만, 몸도 마음도 어쩔 수 없는, 어쩌다 어머님 축구반 우리 4명은 만나자마자 아픈 건 괜찮냐고 묻는 게 인사다. 좀 나아지셨어요? 어디 더 아픈덴 없죠? 어휴 오늘은 제가 아프네요 하하하. 다치지 말고 오래 하자는 말이 무색하게 일주일에 한 명씩 나가떨어지고 있는데 과연 근육통이든 부상이든 네가 이기나 우리 엄마들이 이기나 보자고!
3주 차 수업은 드디어(?) 슛 연습이다.
잘 차고 싶다. 높이 띄워 멀리 보내고 싶다. 강하게 때려서 골대 그물도 멋지게 흔들어 보고 싶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팀원들은 자신이 주로 쓰는 발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조차 헷갈리는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
1. 공에서 주먹 2개가 들어갈 정도로 떨어진 곳에 왼쪽 디딤발을 놓고,
2. 오른발 가장 단단한 발등뼈로 공 가운데를 뻥!
차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이론인데 역시나 말처럼 쉽지 않다. 가운데를 못 맞추고 윗부분을 차니 힘없이 내리 깔려 굴러가는 공, 단단하게 지지하지 못하고 자꾸만 까부라지는 무릎, 이 와중에 눈치도 없이 통증이 더해가는 오른쪽 허벅지, 총체적 난국이다.
솔직히 이 날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이 축구 학원에 픽드랍오는 어머님들 중 그 누구보다 공을 많이 차 봤을 거라고 자부했는데! 평일이든 주말이든 두 아들놈들 나가서 공차고 놀 때 스파링 상대(?)를 얼마나 많이 해봤는데!! 4년 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축구 기술이 얼마나 많은데!!! 심지어 오늘 배운 공차기 기본 이론은 남편한테 들어서 이미 익숙한 내용인데!!!! 내 은근한 기대와는 다르게 다른 팀원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사실에 초조해졌다. 내 실력에 실망했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만만해했던 과거가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만큼 공을 잘, 정확히, 세게, 아주 멋지게 차보고 싶다는 욕심도 간절해졌다.
나.. 진심인데, 정말 공 잘 차고 싶다...(울먹)
훈련이 끝나고 진행된 연습 경기.
전반에만 두 골을 넣고 나니 슛 훈련 때 찌그러졌던 자신감이 조금 살아났다. 공이 내 발로 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인사이드로 툭 밀어 넣기! 작은 경기장에서 작은 골대를 두고 시합하는 풋살에서는 인사이드로 살짝 차 넣기만 해도 좋다는 남편의 꿀팁이 매우 유용했다. 축구도 잘하고(아직 우리 가족 중 아빠가 가진 공을 뺏을 수 있는 자가 없다 ㅎㅎㅎ), 아들 경기는 물론 내 초라한 연습 경기도 찍어서 피드백해주는 남편이 새삼 든든해진 하루.
슛 훈련까지 본격적으로 하고 나니 이번 주 골때녀에 새로 합류한 김보경 선수의 데뷔골이자 멋진 프리킥 골이 더 인상 깊게 다가온다. 공으로 달려드는 순간적인 추진력에서부터 디딤발을 알맞은 곳에 딛고 발의 정확한 부위로 공 중앙을 강하게 걷어차는 허벅지의 힘까지, 그게 보기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근사한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모서리에 꽂히던 공. 그 공이 내 공이었어야만 해. 나도 그런 골을 찰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까?
한 주 한 주 수업이 진행될수록 설렘과 재미와 욕심이 더해간다. 괜히 의욕만 앞서서 조급해지지 않기를. 처음에 가졌던 설렘이 부디 오래가기를.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