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드디어 우리 '어머니' 축구팀에 새로운 팀원이 생겼다. 다름 아닌 팀원 중 한 명의 친언니가 합류(라고 하기엔 '일단 한 번' 테스트 수업이었지만). 이로써 우리 팀은 두 쌍의(?) 자매님들 그리고 나...?
헐... 나만 언니 없어...
대부분의 여자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아오면서 언니나 여동생에 대한 로망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하- 나이 40 먹고 이제 와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각자 결혼을 해서 또래 아이를 키우고, 같은 동네 혹은 가까이 살고, 같이 늙어가면서 같은 취미활동을 가질 수 있는 자매 사이라니. 아주 약간, 아주 조금은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자자, 부러움은 뒤로 하고.
오늘의 수업은 지난 수업들의 연장선으로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볼 터치와 드리블 후 슛 때리는 동작을 복습했다. 다만 이번 수업은 직선 주행이 아닌, 양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고깔을 지그재그로 드리블하며 이동해야 한다. 주(主) 발이 아닌 왼발까지 사용해야 하는 것도 이미 큰 산인데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로 고깔을 휘감으며 전진하라고 하니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지, 왼쪽으로 돌아야 하는지, 오른발을 써서 가야 하는지, 왼발을 써서 가야 하는지, 이 고깔 다음은 어느 고깔로 가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이동 방향을 그리는 것부터 난관이다. 개미들도 앞서가는 개미의 페로몬을 따라 이동한다고 한다던데, '선생님~ 페로몬은 고사하고 바닥에 선이라도 좀 그어주오~~~'. 여차저차 어영부영 우리 5명의 축개미들은 오늘도 제 멋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해본다.
슛 연습은 골대 앞으로 전진하다가 장애물(수비수)을 제쳐 공을 대각선으로 툭- 쳐놓고 따라가서 슛! 툭 쳐놓고 슛, 툭 그리고 슛, 툭 앤 슛, 툭-앤슛 툭앤슛 툭-슛 툭슛...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단 말입니다. 일단 공을 '툭' 차는 강도를 맞추기가 어려워 공이 쫓아가기도 버겁게 멀리 튄다던지 아님 너무 안 날아가서 장애물을 못 넘는다던지. 내가 원하는 거리와 속도만큼, 딱 그만큼으로 공을 차고 싶다면? 말 그대로 발에 공이 익어야 하는 법. 연습밖에 없다는 결론이 난다. 이번 주말 집중 연습은 너, 너로 정했다. 툭앤슛!
이어진 연습 경기에선 선생님 한 명을 끼워 3:3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선생님과 같은 팀이 되었는데, 지지리도 못하는 팀 안에 잘하는 사람 딱 한 명만 있어도 얼마나 든든한지,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낀다. 쓰루 패스, 롱 패스, 힐 패스, 어쩌고 저쩌고 패스, 일단 주고받는 패스가 되고 공간이 생긴다. 골대 근처에서 슛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내가 굳이 저 멀리까지 뛰어가서 수비 안 해도 되겠지? 후훗'이라는 이기적인 안정감도 든다.
하지만 우리끼리나 이러고 놀지, 어디 대회라도 나가면(나가게??) 선생님이랑 뛸 수도 없는데 우리 팀 누구 한 명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얼마나 어리석은지 말입니다. 물론 그 한 명이 나였으면 좋겠지만 오늘도 남편이 찍어 준 연습 경기 영상을 보다 보니 도리질만 나온다. 그래도 걸어 다니던 1주 차 때보다는 조금 더 뛰는 줄 알았는데, 너... 여전히 체력이 쓰레기네?
...(눈물)
나만 언니 없고 나만 체력 없는 세상. 대신 공 같이 차 주는 아들 두 놈이 있고, 혼자 멋쩍다면서도 수업 때마다 따라와서 1열 직캠 찍어주고 피드백해주는 남편이 있네. 이제이, 됐다 됐어! 이거면 축생 충분히 됐다, 됐어! ㅋㅋㅋ
근데 오늘 테스트 수업받고 가신 어머님 아닌(진짜 어머님이 아니셨다) 회원님. 계속 오실 거죠? 회비부터 받아야겠다고 내가 먼저 나서서 영업하는 걸 보니 나란 엄마, 축구에 진심인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