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호텔을 찾는다.
누군가의 결혼식, 매우 편안한 휴식, 업무상 중요한 회의, 각종 미팅과 연회 등.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종업원들을 마주친다.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부모, 어느 가족의 가장.
각자가 매우 소중한 삶의 주체인 그들이 또 다른 소중한 삶의 주체인 그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머리를 조아리고, 다리를 움직이며, 상냥하게 미소짓는 곳.
그렇게 나도 10년전, 호텔일을 시작했다.
11년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으나, 10년전부터는 너무 잘알게 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싶어 글을 써본다.
이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외부에서는 모르는 호텔의 이야기들을 설명해드리고자 한다.
또 마지막에는
같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더 젠틀한 방식으로 좋은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팁도 공유하고자 한다.
첫번째 소소한 이야기.
10년전 프론트 오피스(Front office)에서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 함께 근무하던 선배 한분이 남자 고객 한분의 체크인(Check-In)을 갓 마치고 난 후 크게 소리 쳤다.
"아 ㅆㅂ x됐다 "
호텔에서, 그것도 업장의 얼굴인 프론트 직원이 큰 소리로 욕을 하다니..정말 스고이..가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리야 라는 프론트 팀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질때쯤 선배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고객이 탑승하여 올라가신 승강기쪽으로 달려가, 고객을 멈춰세우려고 했으나 이미 고객은 간발의 차로 먼저 올라가는게 아닌가.
선배는 바로 옆의 다른 승강기를 붙잡아 타고 고객이 올라가신 14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승강기를 기다리는 그 7~8초 동안 선배의 표정은 훈련소에서 몰래 담배피다 걸려서 징계를 기다리는 훈련병과 같았다. 라고 하면 잘 설명이 될런지..
어쨌든 선배는 약 10분간 14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10분뒤 프론트 팀장님께 선배의 전화가 걸려 왔고,
프론트 팀장님도 올라가셔서 약 10분간 내려오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갑자기 밖에 계시던 총지배인님께서 건물안으로 들어와 급하게 올라가시는게 보였다.
이것이 제 3자가 외부에서 본 이야기의 '외관'이다.
이제 내부를 들여다 보자.
호텔에서는 체크인시 어느 시스템을 쓰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호텔의 시스템은 PMS라고 부른다)
대부분 아래와 같은 절차를 거쳐 체크인을 진행한다
1. 고객이 오시면 세상 밝고 상냥하게 인사를 건낸다.
2. PMS상의 예약자 정보와 실제 방문자의 정보를 비교하여(신분증을 확인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번호가 매칭되는것만으로 확인이 끝나는 호텔도 종종 있다) 몇일 부터 몇일까지 어떤 객실을 예약하셨는지 고객과 함께 확인한다.
3. 대부분 이때 고객 숙박 등록 카드 (Registration Card) 를 고객에게 내밀며 작성을 요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위 2번의 과정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4. 결제나 카드 보증(Card Gurantee)까지 마치면 최종적으로 손님의 호실을 지정하고 객실키(key)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드린다.
5. 세상 밝게 인사를 건내며 보내드린다.
큰 이슈가 없다면 대다수 호텔의 체크인 절차는 위와 같이 진행된다.
그렇다면 우리 선배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건 바로 위 과정중 4번의 과정에서 발생했다.
선배는 4번의 과정에서 고객의 객실키를 만들어서 드렸는데,,
문제는 이 객실키가 바로 전에 체크인한 고객이 키 2개를 요청해서 드리려고 만들어 두었던 키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해를 돕자면... 바로 앞에 체크인하셨던 고객이 1401호이고 방금 체크인한 고객이 1402호인데 선배는 실수로 1401호 키를 1402호 고객에게 드린것이다.
(카드키 케이스에도 1401호라고 써있었을테니 고객은 아무 의심없이 1401호를 가신듯)
그래서 그걸 확인하자마자 걸쭉하게 한소절 내뱉으시고 뛰어올라가신 것이다.
나중에 그당시 14층 복도의 상황을 선배에게 직접 들을수 있었다. 물론 소주를 2병쯤 먹고 나서.
선배가 14층에 올라가서 1401호쪽 복도로 진입하는 순간, 1402호 고객께서 1401호의 문을 5분의 1쯤 열고 계셨고 그 때 선배가 '고객님 잠시만요'를 외쳤으며, 그 외침에 놀란 고객께서 1401호의 문을 활짝 열어제끼셨다고 한다.
마침 그때 안에 계시던 손님은 여성분이셨고 막 외투를 벗고 계셨어서 더 이상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배는 그 이후 한동안 프론트 팀장님과 총지배인님께 매우 혼이 많이 난 것은 당연지사.
이런 실수는 호텔에서 더블 체크인(Double Check-in)이라고 하며, 특히 갓 호텔에 들어온 신입사원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실수이다. 매우 큰 실수이고, 한번 저지르면 진짜 정신이 탈탈탈 털릴수 있다.
지금은 아예 시스템상에서 더블 체크인이 되지 않게 막혀있어서 이런 실수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서 종종 발생하던 실수이다.
첫번째 소소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렇다면 우리가 체크인할때 객실과 관련해서 호텔측에 요청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1. 뷰(View)
-뷰는 사실 호텔 객실의 핵심 가치이며, 상품이다. 호텔마다 오션뷰, 마운틴뷰, 시티뷰, 코너뷰 등 다양한 뷰가 있지만 대부분 좋은 뷰는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 마련이다. 특별한 날이라면 돈을 조금 더 내고서라도 높은 층의 좋은 뷰를 보는게 어떨까?
2. 객실의 위치
-객실은 매우 다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위치가 다를테니 아래 객실의 종류를 보고, 다음에 호텔에 투숙시 요청해보도록 하자(높은 등급의 호텔일수록 세분화된 분류가 있음)
#엘리베이터에서 먼곳 or 가까운곳 : 거동이 불편한 동행이 있는 경우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가까운곳의 객실은 아무래도 다른 고객의 이동 소리가 자주 들릴수 밖에 없는 점
#커넥팅룸 : 2개이상의 객실을 예약한 경우 붙어있는 객실 or 붙어있으면서 정문 말고 방 내부에서 이동이 가능한 객실
#낮은 층 : 높은 층은 추가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낮은 층을 선호하는 고객도 많다. 낮은 층은 대체로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으니 필요시에는 요청해도 좋다.
3. 객실 내 비품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비품들을 호텔에서는 보유하고 있다. 또 더욱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 추가로 요청할수 있는 것도 많다. 등급이 높을 수록 그렇다.
#필로우 : 배게인데, 등급이 높을수록 기본 세팅되어 있는 배게가 최소 1인당 2~3개 정도는 될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더 요청해도 된다. 특1급 호텔에는 배게솜의 강도에 따라 가장 부드러운 것부터 매우 딱딱한 것까지 5~6종류의 배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 한번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좋을 것이다.
(일부 특급호텔은 발받침용 배게도 있다)
#반짇고리 : 대부분의 특1급 호텔에는 치약과 칫솔처럼 1회용 반짇고리 세트도 갖고 있다.
#체중계 : 요청하면 준다.
#캐리어 무게 측정 : 공항으로 가는 사람이 많은 특성상 캐리어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도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비참하게 공항에서 수속할때 가방열고 물건을 빼지는 말자.
#손소독제 및 구강청결제 : 요즘 들어 제공하는 호텔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 용품들은 없는 호텔들도 많으니 확인 요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