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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Aug 19. 2024

Long Slow Distance. 거리를 늘려갑니다.

철인 3종 아이언맨 구례 07

9월 말 아이언맨 대회와 10월 말, 11월 초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차츰 달리는 거리를 늘리며 장거리에 몸을 적응시켜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아이언맨이든 마라톤이든 42km 넘는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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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서 목표 페이스보다 느린 속도로 긴 거리를 달리는 것을 Long Slow Distance, LSD 달리기라고 합니다. 긴 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의미인데, 빠르게 달리지 않고 천천히 달려도 거리와 시간은 충분히 적응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25,000m 이상부터 장거리 러닝으로 분류합니다. 그 이하의 거리는 굳이 LSD 연습이라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평소 90분 또는 100분 조깅을 통해 언제든 달릴 수 있는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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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마라톤을 즐기는 연령이 젊어지면서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마음 내킬 때마다 장거리를 뛰는 러너들도 많이 보이지만 대회를 앞두고 4~5회 진행되는 LSD 훈련에서 스피드 감각과 몸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운동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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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5,000m LSD를 앞두고 지난 수요일 포인트 훈련 때는 300m 질주와 100m 회복의 세트로 15회 진행했습니다. 300m는 61초, 100m 37초로 힘들지 않아 보였던 프로그램이지만 막상 찜통 같은 새벽 트랙에서 뛰어보니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인 목요일은 광복절 휴일인 덕분에 평소와 다르게 수요일보다 조금 더 강한 강도의 포인트 훈련이 이어졌습니다. 1000m 3분 45초, 1000m 5분 10초 페이스로 휴식 없이 이어지도록 달리며 5세트 휴식 후 3세트, 총 8세트 16,000m를 강약 강약으로 달렸습니다. 역시 무척 더운 날씨였습니다. 달리기 운동 앞뒤로 각각 27km씩 사이클 라이딩으로 집과 트랙(탄천종합운동장) 왕복 이동을 했기 때문에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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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과 목요일 중고강도 연습 이후 금요일에는 실내 보강을 하며 휴식을 하고 러닝에 적합한 동작 만들기, 몸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주말에 이어질 LSD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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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가벼운 조깅과 200m 짧은 질주 달리기(39초) 10회로 내 몸의 속도 감각을 유지시켜 주었고, 일요일에는 이번 가을 마라톤 대비 첫 LSD 훈련으로 25,000m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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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는 대회 목표 페이스보다 대략 1km당 30초 ~ 20초 느린 페이스로 설정하여 달립니다. 이번 가을 마라톤 목표 페이스는 3분 55초/km입니다. LSD 출발부터 8,000m 지점까지는 30초 느린 4분 25초/km로 달리고, 이후부터 마칠 때까지는 목표 페이스보다 20초 느린 4분 15초/km 속도로 달렸습니다. 지난겨울에는 40,000m LSD를 혼자서도 4분 10초/km 페이스로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짧은 거리를 더 느린 페이스로 다른 분들과 함께 달리는 것임에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고온다습한 여름은 마라톤을 하기에 만만하지 않은 조건입니다. 중간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는 포기 욕구를 참아가며 겨우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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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짧은 질주 반복(300m), 목요일에는 장거리 지구력 강화(1000m+1000m => x8), 금요일 지상 보강 운동을 통한 몸만들기, 토요일은 장거리 훈련을 하루 앞둔 신체 감각 유지(200m x10). 그리고 일요일 25,000m 장거리를 달리고 오늘 월요일은 1,000m 질주 2회를 포함한 60분 유산소 조깅으로 마라톤을 위한 신체 감각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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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웠다는 지난 2018년보다 더 많은 열대야가 이어지는 올해 여름입니다. 밤마다 에어컨 타이머가 꺼지면 잠을 설치기 일쑤이고, 그래서 예년보다 유독 몸 상태가 안 좋은 날이 계속됩니다.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도 건강과 몸 컨디션을 해치지 않도록 운동의 흐름을 이어가야 합니다. 몇 주 뒤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시원한 날씨 속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가볍고 경쾌하게 달리는 마법을 경험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끔찍한 여름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을의 마법입니다.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여름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그래, 아무리 더워도 그때 그렇게라도 달리길 잘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만큼 선선한 여유를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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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달렸고 25,000m를 무사히 마쳐 다행입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늦잠이나 자고 싶은 새벽이지만 오늘도 현관문을 나서고 습기로 가득한 밀도 높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몸을 움직여 다행입니다. 내일 새벽에도 또 움직여야죠. 내일은 90분 달리기입니다. 저녁보다는 그나마 새벽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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