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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운더리 Feb 18. 2022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

바운더리 크리에이터 인터뷰 시리즈 -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 편

자라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게
식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살아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거든요.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 매장 내부


처음 식물을 들여왔을 때가 기억납니다. 생선 뼈를 닮은 구불구불한 모양의 선인장을 사 왔던 날, 나만의 소우주 안에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이 함께 있다는 생각에 벅차오름을 느꼈어요.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은 2016~2018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반려식물’은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외로운 존재여서 함께할 대상이 필요한데, 비혼/비출산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난 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생명을 보는 것, 그리고 그 생명과 함께하는 것은 확실히 제 안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듯했습니다. 일상의 많은 부분을 식물과 함께하는 사람에게 식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의 황지윤 매니저를 만나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식물을 읽는 공간


식물 관련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

Q. 가든어스는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해 주세요.


가든어스는 ‘지구를 가꾸고, 지구를 지키다.’라는 뜻으로, 식물에 대한 소중함과 자연 순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알리는데 앞장서는 브랜드예요. 플랜테리어 기업 ‘마초의 사춘기’의 서비스 브랜드로, 현재는 각각 다른 컨셉을 가진 ‘플랜트 라이브러리’ 연희점, ‘플랜트 스테이션’ 삼방점, ‘플랜트 호텔’ 분당AK점, ‘플랜트 랩’ 광명AK점 4개의 매장이 있습니다.



Q.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은 어떤 공간인가요?


연희대공원점은 ‘플랜트 라이브러리’ 컨셉으로 식물 관련 서적을 무료로 대여해 드리고 있어요. 책은 연희대공원 내에서 자유롭게 읽으실 수 있고, 구매하실 수도 있어요. 또 식물, 토분, 마감재를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고, 자연을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다양한 브랜드의 소품도 판매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있어 종이 쇼핑백 20개를 가져오시면 식물과 교환해 드리는 등의 서비스도 진행 중이에요.



Q. 연희대공원에 있는 책 중 초보 식집사들이 참고하기 좋을 만한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유튜버 독일카씨 님의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라는 책이 있어요. 식물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식생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식물을 키우고 계신 분들에게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꿀팁이 알기 쉽게 적혀 있는 책이라 추천드려요.




식물을 가꾸는 일


집에서 키우기 좋은 작은 식물들이 비치되어 있는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


Q. 매니저님은 식물이 좋아서 가든어스에 입사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전공은 화훼 디자인인데 꽃 위주로 하다가 식물 쪽으로 넘어온 케이스예요. 예전에는 꽃의 화려함이 좋았다면, 지금은 식물이 자라나는 순간들을 지켜보고 함께하는 게 좋더라고요.



Q. 출근 후 어떤 일을 하시나요?


주로 매장 관리, 손님 응대, 재고 관리 등을 하는데, 매장 관리에는 식물 관리가 큰 부분을 차지해요. 식물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거든요.

예를 들어 온풍기와 가습기를 가동하고, 수시로 분무하며 온습도를 관리하고, 물이 필요한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해서 물을 주고, 가지치기와 하엽진 잎을 정리하고, 흙이 필요한 아이들은 흙과 영양제를 더해주고 있어요. 작년 12월부터는 인스타그램 계정(@plant__library)을 만들어 홍보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Q. 가든어스에서 식물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골 분들이 정기적으로 식물 관리를 받으러 오시기도 하나요?


네, 기본적으로 분갈이를 하러 많이 오시기도 하고, 냉해를 입거나 과습이 와서 치료가 필요한 식물들의 상태 체크 및 대처 방안도 도와드리고 있어요.

가든어스 분당점은 플랜트 호텔 서비스로 식물을 맡아드리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에요.



Q. 식물을 매장에 들여오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손님들의 니즈에 맞춰 데려오고 있어요. 연희동 특성상 2-30대 분들이 오셔서 특이하고 작은 식물을 많이 찾아주세요. 그렇기에 키워드를 ‘특이한’, ’작은’으로 잡고, 기본적으로는 키우기에 어렵지 않은 아이들 위주로 데려오고 있어요.

개량종으로 새로 나온 아이들을 리서치해서 매장과 어울릴 아이들로 리스트 업 하기도 하고, 고를 때는 지금 순간을 포함해서 나중에 자라날 수형도 생각해서, 새순이 잘 나고 있는 식물들로 들여와요.



Q. 가든어스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가든어스에서는 집에 있는 빈 화분을 가져오면 식물을 심어드리는 빈 화분 순환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호접난과 고사리가 같이 식재해 있는 화분을 들고 오신 분이 있었는데 호접난은 상태가 안 좋고 고사리는 괜찮은 거예요. 기존의 큰 화분에다가 고사리만 심기에는 허전하니까 정원처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 드렸어요. 비단이끼와 마감재를 올려서 고사리 정원을 예쁘게 꾸며드렸는데 고객님도 만족하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식물을 기르는 삶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 매장 내부

Q. 식물은 언제부터 키우게 되셨어요?


고등학생 때부터예요. 어렸을 때 시골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기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한때는 베란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식물로 가득 채우기도 했어요.



Q. 반려 식물과 함께한 역사가 꽤 오래되었네요. 처음 식물을 키울 때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식물에 관심은 많지만 식물이 죽을까 봐 잘 키우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매장에 오시는 분들 중에 본인을 ‘식물 연쇄 살인마’라고 지칭하시며 식물 키우는 데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이 꽤 많이 계세요. 식물을 키우는 건 새순이 나고 하엽이 지고 꽃이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들을 꼭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식물이 살아있음을 인식하고 키울 환경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오시면, 나머지 부분은 저희 가든어스 가드너가 도와드릴게요.



Q. 식물을 잘 키우는 팁이 있을까요?


광량과 온도, 통풍과 관수(물 주기) 이 네 가지를 잘 살펴주세요. 그중에 초보 식집사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물주는 거예요. 보통 과습이나 물 마름으로 식물이 죽는 경우가 많은데요. 식물이 물을 어느 정도 흡수하는지는 키우는 환경마다, 계절마다, 식물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식물이 물을 원할 때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식물에게 물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양 측정기나 나무젓가락을 흙에 넣어서 속흙이 말랐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식물도 물을 원할 때 신호를 보내요. 잎이 큰 아이들은 잎이 쳐지고, 잎이 작은 아이들은 새순이 나오면 새순부터 쳐지거든요. 통통한 선인장류는 쪼글쪼글하게 마르고요. ‘물 시중든다’고 하는데, 잎이 쳐졌을 때 물 시중을 들면 돼요. 새순이나 꽃이 필 때는 물을 더 자주 줘야 해요.



Q. 관찰을 잘 하고 부지런해야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마음이 불건강할 때는 식물도 잘 안 돌보게 되더라고요.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들여다볼 수 있는 애정이 있어야 해요. 그게 어렵다면 기계의 힘을 빌려도 돼요. 가습기 틀어 놓고, 식물등 켜 놓고. 이 두 개만 있어도 꽤 잘 자랄 거예요.


식물등은 특히 겨울에 인기인데, 햇볕 대신 비슷한 파장으로 광량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요. 햇볕이 부족한 공간에 살아도 식물등이 있으면 원하는 식물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져요. 옛날에는 보라색 빛으로만 나와서 집에서 사용하면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색으로 나와서 인테리어 용으로도 좋아요. 일반 장 스탠드나 단 스탠드에 벌브만 바꿔 끼워도 되고요.



Q. 반려식물과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게 좋을까요?


식물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게 좋아요. 식물의 원산지, 식물이 왔던 자연에서 자라는 환경을 파악해서 비슷한 온도, 습도, 광량을 구현해 주는 것이 가장 좋아요. 예를 들면 고사리과 식물은 습도가 최소 6~70%는 돼야 해요. 이 정도 습도는 인간이 느끼기에 꽤 습한 정도라서 집 안 습도를 이렇게 유지하는 건 힘들거든요. 따라서 미니 온실을 만들거나 잎에 투명 비닐봉지를 씌워서 습도를 맞춰주는 거죠. 집에 온습도계를 하나 놓아 관리해 주시는 것도 좋아요.


또,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나서 식물을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식물도 오래 살고, 새로운 식물을 사서 기르고, 선순환의 반복인 것 같아요. 솔직히 하나 사서 계속 기르시는 분은 보통 없거든요. 하나 사면 두 개 사고 싶어요.(웃음) (맞아요. 진짜 그렇게 되더라고요.)




식물을 발견하는 재미


Q. 채광이나 통풍이 좋지 않아 식물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 사는 1인 가구가 키우기 좋은 식물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스파라거스 나누스’ 라는 식물을 추천드려요. 아스파라거스의 한 종류인데,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키우는 식물이에요. 반음지부터 반양지까지 무난하게 자라주는 고마운 아이죠. 잎의 촉감이 보슬보슬하고 전체적인 느낌은 숲을 닮아서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우러져요.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는 생명력이 강하기에 입문자용 식물로도 좋아요.


숲을 닮은 아스파라거스 나누스 ⓒ가든어스

Q. 최근에 데려온 식물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최근에는 ‘플로리다 뷰티 그린’을 데려왔어요. 토끼 귀 같은 이파리가 예쁘고, 새순도 잘 내어주는 순둥순둥한 아이예요. 필로덴드론은 나무를 타고 오르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수태봉이나 지지대로 세워서 길러도 되고 늘어트려 길러도 돼요. 새순 낼 때는 연두색 빛 반들반들한 잎을 내어주는데 그때 참 예뻐요.


플로리다 뷰티 그린 ⓒ가든어스

Q. 일을 하면서 만난 많은 고객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두 분이 생각나는데 한 분은 ‘파티오라금’을 사 가신 고객님이셨어요. 아내분하고 같이 오셔서 한참을 고민하고 얘기 나누시더라고요. ‘이 아이는 어디다 두면 좋을까’, ‘그 아이 옆에 놓으면 너무 예쁘겠다’, ‘이 아이가 우리 집에 가면 잘 자랄 수 있을까’라고요. 이렇게 신중하게 고민하고 식물을 데려간다는 게 너무 아름다운 일이잖아요. 구매하실 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예쁘게 잘 키우겠습니다’하고 인사하고 가시는데 그 말이 너무 고마웠어요. 배려와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잘 자라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Q. 식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분이시네요. 다른 한 분은요?


다른 한 분은 유채꽃 키트를 사가서 발화를 시킨 분이에요.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에는 씨앗 키트도 판매하는데요. 손님께서 키트를 사가서 파종, 발아의 과정을 거쳐 꽃 피는 것까지 보셨는데, 그걸로 책갈피도 만드시고, 사진 찍어서 저희 쪽에도 보내주셨어요. 식물은 한순간만을 보는 게 아니라, 커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거잖아요. 고객님이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느끼셨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Q. 최근에 빠진 식물이 있나요?


‘칼리스토필라’라는 호야 식물이 있어요 호야 종류는 잎이 통통하고 그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칼리스토필라 잎맥이 정말 예뻐서 매장에 데려다 놓고 애정을 쏟고 있어요

진한 잎맥에 진한 녹색빛이 실제로 봤을 때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진한 잎맥이 두드러지는 칼리스토필라 ⓒ가든어스

Q. 식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라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매력적이에요. 살아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거든요. 지켜보고 관찰해 보면 더 잘 보일 거예요. 빛을 많이 받으면 무늬가 더 화려해지고, 분무를 잘 해주면 새순도 잘 내고 쑥쑥 크고 있는 게 보여요. 자라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게 식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가든어스의 목표가 식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거라고 들었어요. 식물을 단순한 상품이나 장식용이 아닌, 반려 대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 식물과 사람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사람은 자연과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식물을 반려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건 사람들이 일상에서 식물을 가깝게 느끼고, 곁에서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식물이 살아있는 생명임을 온전히 느끼고, 식물마다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걸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식물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면 저희 매장에 오셔서 서적도 읽고, 가드너랑 같이 수다도 떨고, 식물 구경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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