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이 책 <생각의 탄생>은 '통합적(通合的) 사고(思考)'와 이를 바탕으로 한'전인적(全人的)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을 주관하는 '뇌'는 아직도 미지의 분야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복잡하고 정형화된 정의가 어렵다는 분야라는 반증일 것이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겠다고 한 뉴럴링크(Neural Link)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뇌의 밝혀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때문일 것이다.
연구(퀸즈대 포팽크 박사팀)에 따르면 사람은 보통 하루에 6,200번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는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1분에 평균 6.5회의 생각변화가 일어난다는 결과이다. 이들 중에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생각은 머릿속으로 일어나는 어떠한 행위라고 여기지만 사실 다양한 자극을 통해 일어난다. 보고, 듣고, 만지는 행위 또는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나 감정 등이 될 수 있다. 그 자극들은 뇌 속의 여러 가지 뉴런과 세포 등을 통해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면서 생각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뇌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넓은 의미에서 생각이란 인지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생각이라는 것도 그것을 일으킨 원인과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 <생각의 탄생>은 소위 '창조적 생각(또는 사고)'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창조적 사고가 있어야지만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재통합하고 종합적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조적 사고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은 통합적이고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따라서 '종합적 이해'라는 직물을 짜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지식들이라는 실을 먼저 풀어놓지 않을 수 없다.(중략) 현대사회는 지식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암흑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은 오로지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재통합하고, 이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新 르네상스인을 양성할 때 이겨낼 수 있다.
흔히 과학적인 사고는 이성적이고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적이며 종합적인 생각에 이르기 위해서는 느낌, 감정, 직관에 대한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13가지 생각도구를 제시한다.
관찰: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형상화: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의 생명이자 정점이다(존 드라이든, 시인)
추상화: 추상이란 어떤 대상의 전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두 개의 특성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패턴인식: 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이다.
패턴형성: 우리는 경험한 세계를 표현하고, 경계 짓고, 정의하기 위해 더 많은 패턴을 고안해 낼수록 더 많은 실제지식을 소유할 수 있다.
유추: 유추는 우리가 기족지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몸으로 생각하기: 우리가 사고하고 창조하기 위해 근육의 움직임과 긴장, 촉감 등을 떠올릴 때 비로소 '몸의 상상력'이 작동한다.
감정이입: 내가 '자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차원적 사고: 무게와 공간을 한 곳에 수렴시킬 방법을 찾아라. 모델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모형 만들기: 모형은 실제, 혹은 가정적 실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규칙과 자료, 절차를 이용하는 시뮬레이션이다.
놀이: 놀이를 통해 새로운 과학과 예술이 가능해진다.
변형: 변형적 사고는 음악, 유전자, 시, 수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메타패턴을 드러낸다.
통합: 종합지는 궁극적인 이해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앎과 느낌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통합한 것을 말한다.
이 13가지의 생각의 여정을 읽어가면서 '생각'이라는 실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생각과 그것을 하기 위한 행동이 얼마나 얕고 허술했는지를 깨달았다. 왜 그러냐고?
위 13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통해 남다른 결과에 도달한 이들을 통해 알아보자.
5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바닥에 완전히 닿기 전에 그를 그려내지 못하면 걸작을 남길 수 없다.(미술가 외젠 들라쿠르아, 관찰)
나는 피아노 앞에서 실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머릿속으로 음악연습을 더 많이 한다. 가수라면 음악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 형상화)
당신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으라.(화가 파블로 피카소, 추상화)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조각 하나가 아니라, 전체 그림을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조각들과 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다.(과학자 뉘슬라인 폴하르트, 패턴인식)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통합)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만 생각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
이미 만들어진 이론과 공식, 그에 따른 결과물을 습득하는 것에 집중한다. 정작 중요한 직관의 산물은 흘려보내기 일쑤이다. 관념에 속박된 이성을 벗어나 진정한 본질을 발견하는 탐구의 과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교육서이기도 하다. 우리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진학인가, 취업인가 아니면, 그저 개인적인 욕심의 발현인가?
논어(論語)에는 배움에 대해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생각 그리고 배운다는 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우리의 교육은 이런 즐거움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우고 기억해 내는 것의 반복이 아니라, 관심과 관찰로부터 시작해서 통합에 이르는 '생각의 유희'가 진정한 교육이라는 말이다.
13가지 생각의 도구를 읽어가면서 많은 놀람과 깨달음이 있었다. 아주 당연하고 단순한 생각의 고리를 그동안 몰랐다는 점에 반성했고, 이 도구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가치에 대해 각성했다.
지금도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생각'. 그 생각을 어떻게 담아내고 그려내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지는 이제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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