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shifters 첫 주의 기록
Careershifters는 온라인 커리어 전환 코칭 프로그램으로, 영국에서 시작되어 이번 달 10년 차를 맞이했다. 이 8주간의 프로그램에는 약 70명이 참여했고, 참가자들은 영국을 비롯하여 캘리포니아, 호주, 스위스와 같은 다양한 지역에서 모였다.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작년, 정체성 혼란이 가장 심했을 때였다. 강점 검사를 받은 후 한국에 계신 강점 코치님을 만나게 됐다. 그분도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커리어 코치로 커리어를 전환 하셨고, careershifters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셨다.
Careershifters 웹사이트를 둘러보다가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디자인 씽킹 모델을 커리어 전환에 적용한다는 점이었다. 8주 Launchpad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전, 원데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당시 UX 부트캠프를 막 끝냈을 때라, 어떻게 디지인 씽킹 모델과 Lean process를 커리어 전환에 적용했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프로그램의 코치들은 현재의 리쿠르팅과 잡마켓 구조가 수직적인 커리어 전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분야로 전환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격 요건과 이전 경력 요구 등의 장벽으로 잦은 실망감/커리어 전환 성공 확률이 낮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이 전까지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자격 요견을 보고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원데이 워크숍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숙련된 코치들은 줌에서 소회의실을 여러번 구성해 3~4명의 비슷한 고민을 가진 참가자들과의 대화하는 시간, 질문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나를 포함한 많은 참가자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라는 안도감과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퇴사 후 바로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려 했으나, 퇴사까지의 고된 5개월의 여정에 번아웃이 오는 바람에 결국 10월 참여로 미루게 됐다. 이 프로그램의 성과는 참가자의 노력과 얼마나 적극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매주 3~4개의 미션이 주어지고 온라인 플랫폼에 자신의 활동 내용, 어려운 점, 후기 등을 공유한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에는 그 주의 미션을 회고하며 왜 그 미션이 중요했는지, 어떤 어려움 느꼈는지, 어떻게 미션을 수행했는지 등을 토론하는 전체 미팅이 있다.
첫 주에는 다음과 같은 미션이 주어졌다:
루스벨트 액션의 목적은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경험에 나를 노출하는 것이다. 새롭게 도전할 경험을 찾으면서 나도 몰랐던 흥미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 미션의 가장 큰 목적은 ‘행동’에 있다. 커리어 전환을 생각할 때, 혹은 보통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든 변화는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다. 그래서 나를 발견하는 4주간, 참가자들은 매주 하나의 루즈벨트 액션에 도전해야 한다.
나는 Classpass (위치기반으로 다양한 운동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검색하다가 Aerial Hoop 스튜디오를 발견하고 도전했다. 후프 위에서 움직인다는 것, 안 그래도 부족한 상체 근력이 많이 사용된다는 점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실제로 참여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내 몸이 자유롭게 후프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새로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3명이 참가하는 작은 규모의 수업이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이 경험을 통해, 마음과 몸의 건강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미션 또한 4주 내내 지속된다. 일상의 영감 수집이라고 보면 되는데, Padlet이라는 플랫폼에 페이지를 만들어 일상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든 것을 모은다. 나에 대한 힌트를 발견한다면 그것도 적어둔다. 중요한 것은 영감이 미래의 커리어와 관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롯이 내가 영감받는 순간에 주목하며 많이 모으는 것이다.
첫 주의 미션 중 가장 어려웠던 미션. 나를 잘 아는 친구, 동료, 가족들에게 나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보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질문의 예시로는 “내가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것들이었다. 대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필요한 질문들이었고, 예전 강점 코칭을 받으며 한 번 해봤던 과정이라 누구에게 보내야 할지, 괜히 바쁜데 부담이 되는 건 아닐지 고민했다. 주말에 Typeform으로 설문을 만들어 보냈는데 아직 많은 답이 돌아오지 않아서 직접 만나 질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그래서 이 미션은 여전히 진행 중. 돌아온 답 중에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이 내가 겪는 어려움이라는 대답이 있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부분이었지만 오래된 친구들도 내 고민을 알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들은 어떤 것이 나올지 궁금하다.
마지막 미션은 내게 돈 걱정 없는 2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첫해는 마음껏 여행을 즐긴다고 가정하고, 두 번째 해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어 보는 미션이다. 나는 몇몇 키워드와 함께 비전 보드 스타일로 사진을 첨부하며 기록했다. 내가 선택한 주제는 커뮤니티 만들기, 창의적인 활동하기,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만들기,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을 모두 구입해 마음껏 책 읽기, 내 브랜드 만들기였다. 하지만 적으면서 여전히 현실적인 고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2년까지 돈 걱정이 없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부터 비슷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미션도 4주간 조금 더 고민해 볼 생각이다.
Careershifters : https://www.careershift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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