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가에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데 털로 고생한다는 다른 사람들 말과는 다르게 털이 날려서 고생해본 적이 없다. 종류는 포메라니안인데도 불구하고(아마도 믹스견이겠지만 포메라니안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져서 우리 가족은 그냥 포메라고 부른다) 기특한 녀석은 성질이 사나워 가끔 짖는 것 말고는 큰 말썽을 부리지를 않는다. 대소변도 잘 가리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이상하게 털도 잘 빠지지가 않는다. 본가에서 강아지는 항상 나와 같이 잤었는데 온 침대를 누비고 다녀도 털 범벅이 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을, 특히 강아지를 키우면서 털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에 공감해본 적이 없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용감하게도, 21년의 시작에 우리 부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 내가 회사를 그만둘지 몰랐던 그때 혼자 있는 강아지의 외로움을 너무 잘 알았기에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고양이는 털 뿜는 기계라는 말을 들었지만 본가 강아지를 생각하며 케이스 바이 케이스 아니겠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름 집안에 함께하는 동물에 익숙했던지라 고양이도 자신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년 이상 데려올까, 말까, 를 고민한 뒤 노란 치즈 고양이를 결국 집에 데려왔다.
#2.
고양이와의 생활은 나름대로 재밌었지만 초반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부분들이 (강아지와 다른 부분들이) 상당히 괴로웠다. 우선, 고양이의 털뿜은 케바케가 없다. 고양이는 그냥 무조건 털을 뿜어내는 기계라고 보면 된다. 처음 당해보는 털의 습격은 정말 괴로웠다. 아침저녁으로 청소기를 돌리고 돌돌이에 의지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수도 없다. 두 번째는 발톱과 이빨이 정말 날카롭다. 털은 고사하고 발톱과 이빨 때문에 못 살겠다 싶은 때도 있었다. 침실 문을 닫지 않고 자면 새벽에 들어와 눈두덩이를 깨물어 상처를 내기도 했다. 손등 발등에는 온통 할퀸 상처 아물 틈이 없었고 새로 산 소파도 온전치가 못했다. 스크래처를 사주는데도 불구하고 소파가 더 긁는 맛이 있었던 걸까.
아무튼 이런 단점들 때문에 임신 이후에 주변에서도 우려스러운 눈길이 많았다. 이런 부분을 잘 알기에 나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걱정 때문에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고 확인한 결과 아기에게 고양이가 해가 되는 경우는 단 한 가지이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알레르기로 인해 천식이 유발되고 폐 건강이 우려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좋은 입양처를 찾아주는 방법이 마지막 수단이 되겠지만 우리 부부가 딱히 알레르기 반응이 없기 때문에 아가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괴담(?)들은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래에서 하나씩 풀어볼까 한다.
#3.
어떤 어르신들은 고양이 털이 빳빳해서 아가 심장에 꽂혀 심근염을 일으킨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말도 하신다. 다들 아시겠지만 먼지 등의 몸속 진입 경로는 단 두 가지다. 먹거나 흡입하거나. 털을 먹는 건 딱히 걱정이 아니다. 그건 배설이 되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경우는 흡입하는 경우인데 사실 우리 몸의 방어체계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흡입해도 코털로 고양이의 털을 거를 수 있고 재채기 등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그 큰 입자의 털이 폐까지 닿을 수가 없다. 털보다 더 작은 먼지도 걸러주는 게 우리 호흡기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톡소 플라즈마 라고 불리는 기생충 문제다. 임산부라면 꼭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직 한데,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태아에 심각한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고양이가 이 기생충의 최종 숙주이기 때문에 구설에 자주 오르곤 한다. 그런데 사실 고양이의 똥을 손으로 찍어먹지 않는 이상 이 기생충에 감염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애초에 길거리 생활을 한 고양이가 '톡소 플라스마'에 감염된 쥐 나 생먹이를 먹고 감염되어 있는 상태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결국 집에서 키우는 집 고양이는 이 기생충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세 번째는 물고 할퀴는 경우이다. 우리 집 고양이도 아직은 무는 버릇이 남아있는 상태라 걱정이 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아가들을 피하기가 쉽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향 탓에 아직 잘 모르고 자신의 몸을 만지거나 때리는 행위를 피하기 위함이다. 또 혹자는 고양이가 좋은 육아 메이트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육아를 도와준다는 누군가의 증언이 귀엽게 느껴진다. 어쨌든, 24/7 보호자가 신생아와 붙어있게 될 텐데 아이와 고양이의 관계를 잘 관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결국에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4.
1년 넘게 고양이와 동거 동락한 지금은 이 애교 많은 고양이가 없는 집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정도 많이 들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이상, 끝까지 내가 데려온 생명을 책임지고 교감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축복이에게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내가 반려동물을 기르며 느꼈던 행복감과 책임감 그리고 정서적인 안정까지 물려줄 수 있다면 베스트가 아닐까. 물론 여러 시행착오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잘 해쳐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 부부는 반려묘와 신생아의 동거를 위한 준비를 마쳤고 얼른 둘의 귀여운 모습을 한 컷에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