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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쓰다 Jun 01. 2022

입체초음파와 베이비페이스

#1. 

내 임신기간의 터닝포인트는 단연코 입체초음파를 하던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아가 얼굴을 볼 수 있는 입체초음파를 하기로 했는데 그 결정이 내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입체초음파 당일 아침은 꽤나 힘들었다. 임당 검사가 같이 있었기 때문인데 2시간 전부터 금식을 해야해서 울렁거리는 속에 아무것도 넣지 못한채 병원으로 향했다. 포도당 용액은 얼마나 단지 그 조그만 용량을 5분에 걸쳐 나눠서 마셔야 했다. 맛은 그렇게 역하진 않았지만 지나친 단맛이 가뜩이나 울렁거리는 속을 더 안 좋게 만들었다. 어쨌든 내 몸이 포도당을 처리하는 한시간 사이에 나는 입체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 발 그리고 머리 등 기본적인 신체 크기를 쟀고 드디어 아가 얼굴을 보게되었다. 그 순간의 벅참은 지금 생각해도 흥분되고 신이 난다. 나는 코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코가 좀 오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물론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딱히 높고 예쁜 코는 아니었지만 보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얼굴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 엄마들이 이렇게 고슴도치맘이 되어가는 거구나, 하고 퍼뜩 깨달았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내내 초음파 사진 한장을 들고 눈에서 꿀을 뚝뚝 떨어뜨리며 집으로 도착했다. 그 날 마침 중요한 보고가 있어 함께오지 못했던 남편은 사진으로나마 보게 되었고 온 부서에 동네방네 사진을 보여주고 다녔더랬다. 


신기하게도 아기의 실체가 드러나자 좀더 '사람' 혹은 '인격체'라는 생각이 들었고 '관계'가 형성된 느낌이었다. 그 날부터 나는 아이에게 조금 더 말을 걸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안 나오던 '사랑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이의 얼굴은 내가 사랑하는 남편을 정말 많이도 닮았고 무엇보다 작고 귀여웠다. 어떻게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내 뱃속에 있는걸까, 하는 생각으로 휩싸여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너무 행복하다. 7개월짜리 부른 배를 들고 바깥을 다니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여기 내 배에 귀여운 거 있어요, 라고 자랑하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다. 


#2.

축복이에 대한 나의 사랑이 더 깊어진 계기가 있다. 바로 '베이비페이스'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서다. 가격은 꽤 되는 편이지만 입체초음파를 기준으로 AI가 생후 50-100일 정도의 아기 얼굴을 예측해 사진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난 축복이의 생후 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서 프리미엄으로 신청했는데, 베이직으로 했어도 워킹데이로 하루 이틀 정도만에 사진 파일을 보내주므로 베이직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서비스의 후기는 태교로 딱이다, 라는 말이 많았다. 아기 사진으로 어떻게 태교를 한다는 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태교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더 사진을 받아보고 싶었다. 


베이비페이스는 산모들에게 꼭! 추천한다. 생후 50일 된 축복이의 사진을 받아들었는데 진짜 모습이라고 믿기진 않지만 꼭 사진에서 아가 냄새가 나는 듯하고 말랑말랑한 볼의 촉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사진이 도착한 날은 벽에다 사진을 붙여놓고 온종일 사진만 쳐다보았다. 어쩜 그렇게 자기 아빠를 빼닮았는지 신기했다. 자연스럽게 배를 만지는 시간도 늘어나고 얼른 안아보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태동을 할때도 아빠닮아 다리 힘이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나는 아이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임신 초기만 해도 고통에 몸부림치던 난데.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열달간 품고 교감하는 것이 엄마의 특권임을 깨달았다. 내 남편은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값진 시간일 것이다. 


축복아 얼른 안아보고 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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