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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l 04. 2024

요약, 왜 중요할까?

아이들과 함께 해보세요

저는 매 수업마다 아이들에게 과제물을 내줍니다.

수업용 책을 읽고 난 뒤 노트에 간단히 10줄 요약을 해오는 것입니다.


원래는 책을 읽어온 뒤 간단한 독후 느낌을 각자 물어본 뒤, 독서퀴즈로 수업을 시작했으나 아이들이 점점 책 내용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본 뒤로 요약 과제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가 수강했던 글쓰기 코칭 지도사 과정에서도 강사님이 요약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하셔서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주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아이들의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조리 있게 요약을 해오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요약 숙제를 영 제대로 해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사이의 중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에 오래 하던 아이들 중에도 요약이 부실한 경우가 있었는데 요약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못하는 경우는 대개 책의 앞부분이나 자기 기억에 남는 부분만을 위주로 적어 오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게다가 10줄 요약 자체를 힘들어해서 노트 한 페이지를 빼곡히 요약해 오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초등 고학년, 중학생들은  매월 1회씩 수업 중에 요약문을 씁니다. 책의 발췌문이나 언론 기사등의 제시문을 보고 주어진 조건에 맞춰 요약합니다.


제시문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요약을 어려워하는 경우에는 한 문단씩 선생님이 함께 읽으며 요약하는 식으로 지도합니다.  그래서 수업 중에는 아이들이 거의 무난하게 요약문을 썼는데 막상 집에 돌아가서 책을 읽고 난 뒤의 요약문을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요약이 중요할까요?

첫째, 요약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요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읽은 글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핵심을 파악하지 않으면 우리는 요약을 할 수 없으며 책을 통한 유익도 놓칠 수 있겠지요.


둘째, 요약은 글쓰기 훈련입니다.

요약은 베껴쓰기가 아닙니다. 내가 파악한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나의 문장으로  풀어쓴 게 요약입니다. 그렇기에 요약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능력도 필수입니다. 글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으면 내가 이해한 것을 제대로 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요약은 읽기, 쓰기, 사고력이 집대성된 훈련입니다.

요약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이것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기 위해 사고해야 합니다.

그 이후 나의 글로 재구성해어 쓰기까지 읽기, 쓰기, 사고력 세 가지 분야가 집대성된 훈련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책이나 제시문을 읽고도 제대로 요약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읽기, 쓰기, 사고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미리 요약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읽으라 합니다. 그러면 책을 읽을 때 집중도가 올라가고, 자신이 읽은 부분들에 대해 계속적으로 머릿속에 재구성하고 기억하려 노력합니다.

그럼, 아이들에게 요약은 어떻게 지도할까요?

우선 연령이 어린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글로 쓰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로 표현하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이야?" "어떻게 시작했는데?"식으로 아이들이 내용을 정리하게 유도하는 질문을 해주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을 술술 얘기하면 좋지만 만약 '기억이 안 난다', '귀챦으니 그만 물어보라'라고 한다면  제대로 요약이 안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 때는 자신이 읽은 것을 중심으로 그림 그리기, 마인드 맵을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서 아이에게 내용이 기억나도록 이끌어 주고 함께 말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초등 고학년, 중학생들은 문학의 경우 인물, 사건, 배경으로 나눠서 정리하도록 합니다.

이와 함께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  기승전결로 나눠서 정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야기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흐름이 뒤죽박죽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때는 아이들의 글을 대놓고 지적하기보다는 함께 대화를 하며 수정해 주길 권합니다. 나름 요약하느라 애쓴 아이들의 수고도 인정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문학의 경우에는 각 챕터별로 핵심어 위주로 내용을 한두 줄로 축약해서 쓰도록 합니다.

이 요약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부터 챕터별로 읽는 전략적 독서가 필요합니다. 챕터 중간중간에 읽기를 중단하면 나중에 내용이 잘 상기되지 않겠지요. 그래서 읽을 때부터 요약을 염두에 두고 읽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또한 제대로 요약을 하기 위해서 저는 읽을 때, 항상 연필을 쥐고 읽으라 합니다. 중요한 핵심어, 인상 깊은 문장,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 등을 적어 놓으면 제대로 심도 있는 독서가 되어서 요약할 때도 수월합니다.


얼마 전 디지털 교과서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학부모들이 5만 명 이상 서명해서 이 안건이 심의에 들어간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종이로 만든 책은 특유의 물성을 지니고 있고,  아이들이 독자 입장에서 저자와 내적으로 소통하며 읽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입니다.


모쪼록 도통 책을 읽지 않고, 폰과 패드를 끼고 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종이로 된 책을 더 많이 읽히는 교육 환경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 종이에 끄적거리고 밑줄 긋고, 메모하며 요약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더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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