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술 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요?'입니다.
제가 속한 회사에서는 매년 좋은 책 목록을 책자로 만들어 배부합니다. 거기에는 고전부터 현대소설, 다양한 비문학 장르까지 재미있는 책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책들을 즐겁게 읽고 수업합니다.그런데 수업하는 입장에서 어른들의 기대와 달리 막상 아이들은 읽기 힘들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책인데 아이들에게는재미가 없을 때입니다. 분명 좋은 책이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도통 흥미가 없거나 지루할 뿐입니다
저는 부모님들께 좋은 책 목록을 드립니다.
그러나 그중에 책을 선택해서 구매, 대여하는 건 부모님의 몫입니다. 그래서 위의 질문을 받을 때
제 답은 한결같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히면 됩니다.
1. 아이와 함께 책을 골라 주세요.
추천도서 목록이나 학교에서 나눠주는 좋은 책 목록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입니다. 굳이 다 읽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목을 보고 몇 권만 아이가 직접 고르도록 해주세요.
그런데, 제목과 달리 막상 두께나, 내용을 보면 재미가 없는 책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인터넷으로 검색하시거나, 도서관, 서점에 들러서 아이와 함께 직접 확인해 보세요.
아이들도 나름의 안목이 있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을 잘 고릅니다. 선택권을 아이에게 줄 경우, 독서에 대한 호감도 당연히 올라가겠지요.
2. 독서력에 따라 골라 주세요.
아이가 책을 잘 읽는 편이면, 또래보다 수준이 높은 책을 읽히셔도 됩니다. 그러나 독서력이 떨어지는 경우, 꼭 연령에 맞는 책이 아니어도 됩니다.
초등 고학년이어도 아직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준보다 쉬운 책을 읽도록 권합니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수준을 높여 나가면 됩니다.
독서는 길게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당장, 아이의 연령에 맞춰 특정 책을 읽혀야 한다는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3. 가끔은 두꺼운 책도 읽게 해 주세요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 독서 스티커를 만들었습니다. 칭찬스티커와 함께 벽에 붙여놓고 매일 읽은 권수만큼 스티커를 붙여서 많이 읽은 아이에게는 특별히 원하는 선물을 사주었지요. 그런데 권수는 늘어나는데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매일 읽기 수월한 얇은 그림책만 찾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얇은 그림책도 좋지만, 독서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때로 두꺼운 책에 도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대신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을 길게 잡으셔서방학 때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읽게해 주세요.
아래는 추천하는 두꺼운 책입니다.
초등학생 : 1-2학년 '칠판에 나가기 싫어'
3-4학년 ' 샬롯의 거미줄' '책과 노니는 집'
5-6학년 '모모'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중학생: 총균쇠, 코스모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미리 내용과 배경을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됩니다. 독서 후 함께 내용과 느낌을 나눠 주세요.
(초등저학년: 말로 나누기/ 고학년~ 중학생: 10줄 요약 등 글로 쓰기)
또한 두꺼운 책에 도전하는 것을 칭찬해 주세요. 끝까지 완독 할 경우 아이의 독서력은 물론 자신감도 상승할 겁니다.
4.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은 심층적으로 읽게 해 주세요.
아이들은 각자 관심 있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저희 집은 아들만 키워서 공룡을 유독 좋아했고, 후에는 자동차 등의 탈 것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후에는 추리소설, sf소설을 즐겼지요. 남학생과 여학생도 취향이 서로 달라 각기 좋아하는 책들도 다릅니다.
아이들이 관심 있는 분야나 작가의 책들은 심층적으로 읽게 해 주세요. 그런 관심의 확장이 후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읽는 독서취향의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5. 아이들의 책, 베스트셀러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책은 베스트셀러도 많이 권유합니다. '고릴라' 등의 앤소니 브라운, '검피아저씨의 뱃놀이'등으로 유명한 존 버닝햄, 어른들도 함께 읽는 동화책을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의 쉘 실버스타인 등이지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시면 어른들이 보기에도 아름다운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요즘은 중학생들이 즐겨보는 청소년 소설들도 많이 있습니다. 수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함량미달의 작품도 있지만, 아이들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서 공감대를 일으키는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작품을 읽을 경우, 아이들이 친구들과 얘기할 화제도 생기겠지요.
중학생: 무한육각형의 표범, 체리새우를 아시나요,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기억전달자 등
독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만화책, 판타지 소설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읽게 해 주세요. 편독을 지양해서 가끔 다른 책들과 병행하서 읽게 해 주신다면 독서 능력이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겁니다.
독서의 주체는 아이들이므로 , 아이들의 의견과 취향을 존중해 주세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서 너덜너덜해져도 좋습니다. 한 책을 사랑해서 집중적으로 읽은 아이들은 다른 책을 그만큼 사랑할 에너지가 생길 겁니다.
존중받으면서 즐거운 독서를 경험한 아이들은 스마트폰, 학업 등의 이유로 독서 공백기가 오더라도 자신만의 책 읽기를 즐기면서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