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이, S랑 어디가나요~"
아이하교시간즈음, 근무중인 나에게 아들 친구엄마가 제보를 해주었다. 그리고 5분쯤 지났을까.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J 데려다주고 갈께~"
제보해준 엄마에 따르면 태봉이랑 인사도 했다는데, 엄마에겐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걸까.
엄마는 모르는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걸까.
올해 열한살이 된 아들은 1학년때부터 남자친구들보다 여자친구들이 더 많아 주변 엄마들이 의아해했었다.
1학년때는 여동생이 셋인 S,
2학년때 여동생이 하나인 A,
3학년말에는 오빠가 있는 Y.
4년이 된 지금은 2학년때 잠시 이야기했던 W가 짝꿍이 되었다며, 신나게 등교를 한다.
담임선생님도 예쁘고 상냥하다고 일찍 등교를 하는데, W가 짝궁이 된 것 또한 또 다른 이유다.
외동이어서일까. 1학년때부터 주욱 친하게 지내는 동성 친구도 어린 동생들이 있는 친구다.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S 데려다 주고 왔다며~"
눈이 동그래져서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아들에게 주변에 너를 지켜보는 사람이 여럿 된다고.
S가 방과후수업 마지막 날이라고, 과자파티를 한다하여 과자사러가는데 같이 가 주었다고 머쓱해하는 아들.
아들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들과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친구들에게 미안해서 그런가.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여자친구 집으로 데려오는 그 날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문득 예전 코로나시국에 아이가 입학하며 읽었던 <엄마의20년> 의 한 페이지가 다시 읽고싶어져 펼쳤다.
열한 살,
내 잣대로 너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로 너를 속단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잘하는 아이라면
그 또한 내게는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못하는 아이라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인 내가 그 누구보다 너만의 장점을 잘 알고 있으니,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으로 생을 일구는 법을
배우게 되어 있으니, 유사 이래 내내 그래 왔으니,
시절의 겁박에 새삼스레 오그라들어 너를 들볶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의 내 진정한 숙제는
이전에 겹쳐 있던 너와 나의 생을 따로 떼어놓고
나란히 세우는 법을 배우는 일,
나는 네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나의 세계를 가꿀 것이다.
내가 너의 생을 펼칠 때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가끔 나의 세계를 노크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다시 읽으며 다짐해 본다.
나는 나의 세계를 가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