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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Jun 03. 2024

5300원과 맞바꾼 일요일 아침 행복

데이트가 별건가요


예약된 내용이 없으신데요



그럴 리가요. 부랴부랴 네이버예약현황을 확인해 보았다.
아뿔싸! 2일 10시가 아니고, 9일 10시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월말이라 회사 일이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아침부터 늦잠도 미루고, 서두르게 한 아이한테 미안했다.

6월의 첫 일요일, 아침.

실컷 늦잠을 자게 하지 못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왔건만.


어쩔 수 없이 되돌아 나오고, 다른 미용실을 갈까, 그냥 다른 날 갈까 하다가 일단 좀 쉬어가기로 하고 카페를 찾아보았다. 마침 에코백엔 아이가 좋아하는 책과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씩 들어있었기에. 이대로 집에 들어가긴 너무 아쉬웠기에.


 10시가 조금 넘은 비교적 이른 아침 시간의 카페들은,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우린 책을 읽기 위해 조용한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개미 한 마리 없는 카페를 발견! 눈짓으로 바로 여기다! 하고 들어갔다.


아이는 이른 아침 엄마와의 갑작스러운 카페 데이트가 싫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망고스무디를 주문하고 나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났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각자 준비한 아니, 내가 다 준비한 책 한 권을 각자 펼쳐 들고 각자 읽는 시간.


아이는 요즘 그리스로마신화에 빠져있다. 오늘 가져온 건 10권 시리즈 중에 8권이다. 그것도 새 책으로. 아이는 너무 신나 하며 집중모드로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나는 나대로 2년 전 다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초6의 독서는 달라야 합니다>  


아이가 책을 다 읽을 즈음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았다. 읽고 있는 모습이 기특했다.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다짐했다.


일요일 아침, 여느 때 같으면 아빠랑 집 앞 공원으로 축구공을 들고나갔겠지만, 오늘은 잘못예약된 미용실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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