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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Jul 03. 2024

나를 위한 행복, 찾고 계신가요

곁에 긍정적인 사람을 두어야 하는 이유



 매일매일 시한부처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고민 중이야.


페디큐어를 받고 왔다며, 통통하고 귀여운 발사진을 보내주는 S.

(발이 못생긴 나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해본 페디큐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녀의 발이 마치 내 발인 것 마냥 사진을 보고 또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S : 언니~ 손은 2만 원. 발은 두 배 가격이지만, 나는 시한부니 이쁘게 죽을 테야.

(실제로 그녀가 시한부인 건 아니다. 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낼 거라는 다짐 섞인 말. 슬픈 이야기도 항상 그녀만의 언어로 바뀐다.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말이 씨가 되니까..라는 생각은 나와 같다.  


언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느낀 긍정적인 사람이 누군지 알아?

수영장에 갔는데 할머니들끼리 대화하잖아~
어떤 할머니가 발바닥에도 로션을 발라서 옆에 있던 할머니가 "발바닥까지 발러?" 이랬어.
그랬더니 이 할머니가 뭐라셨는지 알아?

"이거 바르면 내일 나 더 이뻐진다, 큰일이여~"

이러시는데, 너무 웃겼지만 인상적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네.
쭈구렁이라고 신세한탄 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고 늘어가는 주름에 신세한탄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시는 그 할머니를 나도 만나 뵙고 싶어졌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S는 내가 아는 그녀 또래 중에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15년 전 교육 관련 회사.

나보다 어리지만, 나보다 먼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아이를 10년 남짓 키운 때즈음 우리는 다시 만나 함께 일하고 있다.


우리가 둘 다 싱글이던 그 시절, 그녀는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꼭 나와 함께 중국 여행을 가야겠다고 했다. 가이드 없는 중국여행이 가보고 싶다고. 모험을 좋아하는 우리는 그렇게 함께 중국 청도로 가는 배를 타고 중국으로, 청도로 향했다.

연년생 여동생이 있었지만, 언니가 없던 그녀는 옆에서 시종일관 재잘재잘 재미있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지루할 틈 없이 청도에 도착했다.


그녀가 재미있는 책이 있다며 추천을 해주었는데,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그 책을 읽지 않자

그 책을 가져와서 여행 내내 읽어준 기억도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S : 언니, 어제 자기전에 우연히 김주환 교수님의 <오늘하루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이것만 매일 생각하세요> 란 제목의 유튜브를 봤다. 요즘 내가 많이 생각하던 거하고 너무 비슷해서 공감하면서 끝까지 잘 들었어.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00을 하면 행복해진다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


중학교에 가면

공부를 잘하면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교에 가면..


취직을 하면..

결혼을 하면..

애를 낳으면..???

또 둘째를 낳으면...?

나의 몸이 날씬해지면.......?


항상 행복은 저 멀리에 있다.  

서울에 이사 왔을 때도 서울만 오면 뭔가 남산타워가 내 것 같고

한강이 내 집 앞에 있을 것만 같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더라..


그래서 또 이사를 계획하는데

산이 보였으면 좋겠다. 한강이 가까웠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또 하는 거지.


산이 보이는데 가면 행복해질 거야

한강을 걸어갈 수 있음 행복해질 거야


늘 그랬듯이 행복은 내일.

00을 내가 한다면 행복해질 거야 이런 생각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갑자기 복도 끝을 보니

복도 큰 창문에 산이 떡하니 보이는 거야!


아! 산이 꼭 집에서 보여야 하는 건 아니지?

내가 복도에서  저 산을 계속 바라보면 되잖아 이런 생각이 들었어.


한강도 마찬가지.

한강 근처 사는 사람 한강 안 가고

롯데타워 근처 사람 롯데타워 안 간다.

희한하다...


그래서 주말에는 강아지와 함께 한강을 간다.

논알코올 모히또를 한잔 시켜놓고 핸드폰도 하지 않고

강아지랑 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 순간 나는 산도 강도 가진 여자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많이 들어서 흔한 말

우리 삶은 모두가 시한부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하루하루 행복을 미루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이어리 반쪽에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행복해지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고, 최선을 다해서 살고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고

지킨 것에 대해 동그라미를 친다, 언니.


오늘은 내 짧고 뭉뚝한 발가락에 젤네일을 (손보다 두 배나 비싼) 해주었고.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생각하기에도 인생이 참 짧다!



이렇게 나를 위한 행복을 곁에서 자주 이야기해주는 긍정적인 S가 있어 나또한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다. 나도 패디큐어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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