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퇴를 하더라도 등교를 하라는 아빠의 한 마디를 거역할 수 없었기에. (올해 들어, 야구로 하나 된 부자지간. 아들에겐 아빠가 최고다)
결국 아이는 컨디션 난조로 2교시만에 조퇴를 하고, 우리는 소아과로 향했다.
감기가 유행이라 약을 받아와서 성실하게 먹었고, 주말 동안 컨디션을 회복하여9월 23일 월요일 고대하고 고대하던 생존수영 수업도 무사히 마치고 왔다,
그러나.
생존수영수업에서 너무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것일까. 다음날 또 컨디션 저하로 소아과 들렀다.
등교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3교시 시작에 맞춰 다시 등교를 했다.
그렇게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대망의 운동회날. 27일!
계주에 나가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아들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차마 전하지 못했다. 전할 수가 없었다.너무나 신나 했었으니까.
아들 덕분에 아들이 속해 있던 팀은 역전을 했고, 100미터 달리기에서도 1등을 했다고 신나서 전화가 왔다.
하교 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놀다가도 되냐고 아니, 놀고 가겠다고 짧은 통보를 하고는 우리는 다섯 시쯤 되어서야 만났다.
다음날 서울 친정 근처에서 결혼식이 있어 자차로 이동하는데멀미가 난다며..
그러더니 아들은 식장에서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도 한 점도 먹지 못했다.
그날밤, 아들은 고열과기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엄마인 나 역시도 밤을 꼬박 지새웠다.
다음날 친정 근처 소아과 가서 약 처방을 받고와서도 아들은 계속 힘들어했다. 서울 소아과에서 처방받아온 약을 먹고 어지러움을 호소해서, 다니던 소아과를 다시 가보았다. 폐렴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기침이 지속되면 대학병원 진료 보기를 추천해 주셨다. 다음날도 기침으로 힘들어하여, 대학병원 소아과에 가서 진료.
다행히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셨지만, 항생제를 포함한 약들은 독했나 보다. 항생제를 먹은 첫날 복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설사를 하고 나서야 아들은 잠이 들었다.
나도 그제야 잠이 들었다.
사실 아들이 아프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나던 지난 주말엔 친정부모님과 생신맞이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랜만의 여행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아들이 아픈 것과 동시에, 친정부모님과의 여행이 무산된 것이 또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과 여행이 무산되며, 부모님이라도 보내드리자 싶어 두 분이 묵으실만한 태화강 국가정원 근처로 숙소를 변경하며, 속상한 마음에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네 마음 다 아니까 태봉이만 챙겨~
아들만 잘 챙기라셨다.
그러면서 우리 자매가 어릴 때 우리가 폐렴에 걸린 이야기를 해주셨다.
기침이 심해서 동네 병원 갔더니 폐렴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 하잖아. 그래서 ㅇㅇㅇㅇ병원으로 갔더니, 둘 다 당장 입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입원할 돈이 어딨 어... 입원할 돈이 없어서 집에 가겠다고 하니, 병원에서 각서를 쓰고 가라더라. 아이들 잘못돼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오는데 가깝게 지내는 동네 어르신이 왜 그러냐 하셔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다른 병원도 한번 가보라시며 ㅇ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시네. 거기서 본인 아이들도 다 치료받았다고 해서 그리로 갔지. 그랬더니 폐렴은 아니고, 기관지염이라고 하잖니. 얼마나 놀랬는지 가슴을 쓸어내렸지.. 근데 지금 둘 다 얼마나 건강해?^^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엄마로부터 얼마나 큰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