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고 싶어 했지만, 사과를 하는 게 익숙지 않은 아빠는 한다는 사과가
"미안하다고 할게! 됐어?!"
(이게 사과인지, 소리를 지르는 것인지..)
내 예상대로 사과를 받고 싶어 했던 아들은, 아빠의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냈고, 아빠는 그게 더 화가 났을 터.
신랑은 퇴근해 들어오면서 오늘 많이 피곤하다 했지만, 쉬고 싶은 맘을 누르고, 아들이 좋아하는 거실 야구를 했다. 그런데 아들이 고맙다는 말을 안 했다고 서운해했다. (이럴 때 보면 열한 살 아들과 정신연령이 비슷하다)
아들은 한참을 울었다.
많이 속상했을 거고, 많이 당황했을 거고, 중간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있는 엄마를 못내 서운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들에게 아빠와의 대화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 아빠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자.
할아버지가 엄청 엄하셨다는 거 알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빠는 할아버지한테 칠칠치 못해서 흘리고 그런다고 엄청 혼났을 거야. 그리고 그때 아빠는 너무 무서워서 아무 대꾸도 못했을 거고...
그래도 아빠는 태봉이한테 그렇게 무섭게 이야기하지는 않잖아. 아빠는 할아버지랑 대화를 많이 나누어본 적이 없고, 같이 야구를 해본 적도 없어서 그런 것 같아. 태봉이가 아빠한테 울면서 큰소리로 이야기해서 아빠도 지금 많이 속상할 거야. 앞으로는 울지 않고 태봉이 생각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 기분이 나쁘거나 속상하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아빠가 내가 깝죽댄다고 하니 기분 나빴어요ㅡ라고.
한참을 훌쩍이며 내 이야기를 듣던 아들은 엄마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까.
갑자기 나가서 종이 한 장과 연필, 지우개를 들고 식탁으로 간다.
거기서 편지를 쓴다.
차마 아빠방으로 가서 전달하지 못하고, 새벽에 출근하는 아빠가 나갈 때 볼 수 있게 현관 앞에 붙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