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남불 가는 길에서
-톰과 에바 전망대(Tom and Eva Lookout)에서 본 아치 섬(Island Arch)-
『아치 섬은 원래 아치가 있는 하나의 섬이었지만 2009년 아치가 무너지면서 두 개의 섬이 되었다.』
-그날의 바다 이야기-
1878년 3월 2일.
영국 국적의 범선 ‘로크 아드(Loch Ard)’호는 36명의 선원과 18명의 승객, 그리고 2,000여 톤의 다양한 화물을 싣고 호주 멜버른을 향해 영국 템즈강 하류 남단에 있는 그레이브젠드(Gravesend)항을 떠났다.
3개월의 긴 항해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마침내 멜버른을 눈앞에 둔 5월 31일 밤,
다음날 배는 멜버른을 코앞에 둔 필립헤드(Phillip Heads)를 통과해 Port Phillip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선원들과 승객들은 힘들었던 여정을 마무리하는 간단한 축하연을 가진 후, 입항준비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육지가 매우 가까웠으나, 그날따라 짙은 해무가 온 바다를 뒤덮고 있어 지척에 있는 오트웨이등대의 불빛조차 볼 수가 없었다.
선장은 밤을 꼬박 새우며 안전한 항해를 위해 전전긍긍하였다.
마침내 새벽 4시쯤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고 시야가 확보되는 듯하던 순간, 높고 의미한 절벽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범선 앞머리에서 항로 견시(見視)를 섰던 선원이 급하게 외쳤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그러나, 안타깝게도 배는 좌초되어 침몰하게 되었고 5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생존자는 단 두 명, 선원이던 톰과 승객 에바 만이 부유물을 잡고 버티다가 천신만고 끝에 모래톱까지 밀려 나와 가까스로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과 망각의 바다.
그렇게 아픈 사연의 바다는
이름하나 겨우 남기고 깊은 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로크 아드’ 협곡을 품은 평온한 바다는
해변으로 가볍게 밀려드는 파도에 실어 그날의 흔적을 끊임없이 지워내고 있었다.
그러함 속에서
그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는 나는
침묵하는 바다에 온 마음을 써서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