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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Mar 28. 2023

정복자의 붉은 망토,
마렝고(Marengo)


케이프 오트웨이(Cape Otway)를 향해 B100번 도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끝없이 내달리다 보면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을 지척에 두고 아폴로베이와 인접하여 마렝고가 지친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 어떤 연유로 마렝고(Marengo)라 불리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마렝고’라 하면 사람들은 마렝고 전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마렝고 전투는 이탈리아 마렝고 지역에서 ‘미하엘 폰 멜라스’가 이끄는 오스트리아군이 프랑스군을 기습 공격하여 곤경에 빠트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격전 끝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끄는 프랑스군이 힘들게 승리한 전투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마렝고전투에서 유래한 고유명사 중 잘 알려진 것이 닭 요리 ‘치킨 마렝고’와 나폴레옹이 타던 아라비안 품종의 명마 ‘마렝고’가 있다.


이렇듯

이탈리아의 마렝고와 동일한 지명이 멀리 대양을 건너 오스트레일리아 남쪽 끝자락 작은 마을에도 존재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분명 마렝고전투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마렝고의 해넘이


치열하게 내달리는 삶을 위한 거친 질주도 조용히 내려앉는 태양의 붉은 끝자락을 보니 어쩜 이 모든 것이 한낱 부질없는 몸부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눈조차 마주칠 수 없이 뜨겁게 타오르던 태양도 하루를 다하는 끝자락에서는 붉은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 가는데 뜨거웠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나의 삶은 끝자락에 어떤 색의 여운을 남길지 궁금해진다.



  


정복자의 붉은 망토

‘자크 루이 다비드’ 작품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앞발을 치켜든 애마 마렝고를 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서사를 묘사한 유명한 작품이다.
굳이 이곳의 지명이 마렝고이고 케이프 오트웨이(Cape Otway)는 오트웨이 곶이라는 의미이지만 Cape가 망토라는 중의적인 뜻도 있으니 나폴레옹의 붉은 망토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인가?
여명이 밝아오고 해돋이가 시작되는 마렝고는 마치 붉은 망토를 넓게 펼쳐 놓은 듯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붉은 바다에 몸을 담그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마렝고 해변에 모래알처럼 흩뿌려 놓았다.                                              
 




간절한 눈빛은 
너무나 간절한 눈빛은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빛과 맞닥뜨려 간절함을 더한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진다 해도 기다림의 고통만큼 사랑의 깊이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기다려’라는 말을 남기고 바다로 들어간 주인을 해변에서 20분이 넘게 간절한 눈빛으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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