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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May 30. 2024

기억은 시간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다.

북정동 골목


오래된 기억은 시간의 그림자 속에 조용히 숨어있었다.


기억은 시간이 남긴 흔적이기에 흐르는 시간 뒤를 따르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가,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삶의 굴레에서 약간의 여유로움이 간절해질 즈음, 그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오래 묵은 기억을 끄집어내어 추억할 수도 있다.





북정동 골목이 그러했다.

나의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냈던 북정동.
명절날 큰집에서 차례를 지낸 뒤 북정동 골목골목을 돌아올라 향교를 지나고 저수지 둑방을
걸어올라 큰 할아버지 산소 가던 길은 어렴풋한 기억 속에만 있고,
우체국 앞 공터에서 모여 놀다 친구를 찾는다며 기상대 골목을 헤집고 다니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유년의 동무들은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지…


이토록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고 난 뒤에서야
해묵은 기억들이 묻어 있는 북정동 골목을 다시 걸으며 내 작은 발로 골목골목에 남겼던 흔적들을 추억해 본다.

그러나 이제
이 북정동 골목을 다시 걸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북정동 일원은 “B-04”라는 생소한 이름이 부여되었고 재개발과 함께 희미하게 남아있던 흔적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존재와 부재의 증명을 위해 북정동 골목을 사진으로 남기고 내 유년의 기억은 다시 시간의 그림자 속에 곱게 쟁여 두기로 했다.




                   울산신문 기고 : https://www.ulsanpress.net/news/articleView.html?idxno=52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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