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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29. 2024

펜을 다시 잡기 위한 질문들...

  여러 공모전에서 떨어진 이후였다. 난 펜을 놓았다. 의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을 놓지 말라고 하는데... 자꾸 실패해 보라고 하는데, 내 마음은 자꾸 펜을 놓아도 된다고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써지지 않은 글을 한두 달 잡고 있었다. 노트북을 열어놓고도 글 한 줄이 써지지 않으니 괴로워했다. 유명 작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이뤄놓지 못한 초보 작가에게도 이런 고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일기로 써보면 좀 나아지려나? 일기를 써보았다. 하지만 일기마저 써지지 않았다. 횡설수설... 뇌의 움직임이 현저히 떨어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 이럴 땐 아예 놓아보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간직하되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를 다시 펜을 잡을 생각은 놓지 않고 그냥 펜을 놓아보기로 했다. 놀만큼 놀아보면, 아무것도 안 해보면 진짜 다시 써보고 싶을 때가 있겠지. 이문열 작가님처럼 출근하듯 장소를 옮겨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였지만... 글감이 떨어진 것인지, 나의 세계관의 밑천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감을 잃은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체력이 되지 않는 것인지, 그것조차도 아니라면 내 열정이 사그라진 탓인지 난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몇 달간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지도 않았으며, 그리고 노트에 따로 글을 쓰는 일도 없었다. 이따금씩 일기를 쓴 것이 내 글쓰기의 전부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글 쓰는 사람들의 열정을 읽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와 같은 시간들을 겪지는 않았으려나? 그러던 중 한 전업작가님의 인터뷰를 유튜브의 어느 한 채널에서 보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전업 주부였으며, 책 읽기를 즐겨하셨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분이었다. 하지만 그분은 늘 꾸준히 글을 썼다고 한다. 나와 다른 점이다. 얼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무엇보다 부지런함, 꾸준함이 달랐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진짜 글 쓰고 싶은 거 맞아?'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거야?'

  '작가가 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지?'

  '글을 쓰고 나면 기분이 어떻지?'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거지?'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뭐지?'


..................


이외에도 끊임없이 나의 글 쓰는 행위에 대해 질문을 한다. 내게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않으면 펜을 다시 든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치열하게 질문하고 또 치열하게 대답해 볼 것이다. 


   글 쓰기를 멈추고 나서도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게 있다면 내가 슬럼프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게으름을 게으름이라고 인정하기 싫어, 슬럼프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읽는 것 자체는 글 쓰는 것보다는 아주 편안하다. 앉아서 눈 운동과 약간의 팔 운동만 하면 되니 말이다. 뇌의 움직임? 음.. 내가 읽는 책들이 전공서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뇌의 움직임 따위는 없는 것 같다. 습관처럼 읽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책들을 읽었다. 그러기에 게으른 나에게 가장 편안 행위가 독서였던 것이다. 

  반면에 글을 쓰는 것은 뇌를 참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이다. 주제를 생각하는 것, 제목을 정하는 것, 이야기를 풀어쓰는 것.... 어떤 과정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 내게는 꽤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할지라도 말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니니 술술술 이야기가 전개되는 법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펜을 어렵게 어렵게 잡고 있었던 것이다. 고된 노동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 고된 노동을 하고 나서의 기쁨을 이미 알아버린 터라 글쓰기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펜을 잠시 놓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빼앗아버린 죄책감!

   여전히 어렵다. 아직도 나에게 펜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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